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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오늘을 버리지 않을 것 - 내일엔 관대하고 지금엔 엄격한 당신에게
왕다현 지음 / 혜화동 / 2020년 12월
평점 :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가까이 있는 오늘 더 잘 살기로’
책 내용
저자는 일을 하고 돌아오던 중,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전동 킥보드에 치여 거의 1년간 걷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나도 뉴스에서 전동킥보드에 치여 사망한 사건에 대해 본 것 같다. 언제 다시 걸을 수 있을지 불안한 상황이 억울하고, 경쟁자들보다 뒤쳐진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했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 시간을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바꾼다. 걸을 수 없는 그 시간 동안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기보단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저자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아닌 남들의 기준에 맞춰 이직과 입사를 반복하던 회사생활을 떠올리고, 조금씩 기준을 ‘나에게’ 맞춰 ‘오늘, 나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기로 한다. 그러던 중 자신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은 ‘글쓰는 일’이라는 걸 깨닫기도 하고, 이 모든 기록을 담은 책, <함부로 오늘을 버리지 않을 것>을 출간했다.
내 생각
이 책을 읽으면서 선물해주고 싶은 친구가 생각났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하고 싶은일,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을 찾지 못한 채 그저 조금이라도 높은 연봉, 좀 더 나은 복지만을 따져가며 회사를 옮기던 일이 생각나서였다. 사회초년생이라면 누구나 해 볼 수 있는 실수를 했다. 그래도 해보고 싶은 일 정도는 있었는데 그 시절엔 나이도 어리면서 왜 이렇게 초조했던지 원하던 일이 있었음에도 친구들보다 조금 더 높은 연봉, 좀 더 나은 조건의 회사만을 좇았다. 결국엔 원래 가고자 했던 방향에서 완전히 틀어져 버려서 그냥 회사생활 자체에 회의를 느끼고 퇴사를 했다.
이 책을 쓴 작가님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하셔서 반가웠다. 작가님도 기준을 ‘나’에게 맞췄어야 했는데, 남들에게 맞춘 결과였다며 말하는 부분에서 깊이 공감했다. 이 책을 그 시절의 내가 읽었다면 조건은 안 좋더라도 내가 원래 다니고 싶었던 회사에 입사해서 성취감을 느끼며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그 시절의 나처럼 방황하는 사회초년생들이 이 책, <함부로 오늘을 버리지 않을 것>을 읽었으면 좋겠다.
‘예전엔 당연하게 오늘과 비슷한 내일이 온다고 생각했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알람을 끄고,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며 시작하는 아침이 누구한테나 주어진다고. 내 마음대로 씻을 수도, 화장할 수도 없으며, 옷 갈아입는 것도 버거운 일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오늘과 비슷한 내일은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오늘은 그저 오늘일 수 있을 뿐이라는 걸. 인생은 영원하지 않고, 두 번 있는 것도 아니며, 누가 대신 살아 줄 수도 없는 일이다.’
- 본문 중에서
‘회사 생활을 지긋지긋하게 생각했으면서도, 다시 나으면 왜 회사에 갈 생각부터 하는 걸까?’ 고민해 봤다. 걸을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또다시 회사 생활을 그리워하는 내가,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 난 ‘평범한 삶’에 끼고 싶었던 거였다. 내 상황이 평균의 범위에서 멀리 벗어났다는 생각에 마음이 힘든 거였다. 막상 회사에 들어가면 또 좋지만은 않을 건데, 걷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평범한 직장인’에 끼고 싶었던 거다. 그게 내가 회사 생활을 싫어하면서도, 다시 떠올리는 이유였다. - P44
살면서 힘든 일은 꼭 한 번에 몰아온다. 나눠서 오면 어디 덧나나 싶을 정도다. 다시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나에게도 종종 있었다. 그땐 왜 이렇게 나한테만 힘든 일이 줄지어 일어날까 싶었다. 근데 그건, 그럴 때 힘들어 죽으라는 뜻이 아니라, 지금껏 살아왔던 것과는 달리 방향을 바꿔서 살아 보라는 말이라고 한다. (...) 안 좋은 일은 누구한테나 한 번에 몰아서 생기곤 하는데, 그럴 땐 좌절하라는 게 아니라 이 방향이 아니니 다른 방향으로 다시 일어서라는 것이다. - P56
하고 싶은 일을 꼭 전문적으로만, 직업적으로만 생각할 건 아니었다. 직업으로 삼으려고 생각하면 항상 조건이 붙었다. 지금 당장 하기 어렵다는 전제가 따라왔다. 현재 상황을 핑계로, 하고 싶은 일을 미루게 됐다.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 공부를 더 해서 실력이 되면 해 보겠다거나 하는 조건 말이다. 그런데 어느 누가 ‘하고 싶은 일’을 비즈니스로만 생각하라고 했을까?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직업으로 연결시키곤 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어렵게만 느껴졌다. - P81
다시 일상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중, 교통사고가 났고 철저히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나한테 관심을 두지 않아서 알아채지 못했던 일이 ‘글 쓰는 일’이라는 걸. (...) ‘글 쓰는 일’이 내게 특별하게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하는 이 정도는 남들도 다 한다고 생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누군가는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랑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이 정도는 누구나 배우면 다 하는 일이라고, 생각보다 우린 남이 아닌 자신에게 그 기준을 더 높게 세운다. 세상엔 공부 잘하는 사람, 노래 잘하는 사람, 글 잘 쓰는 사람,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 그 ‘잘’이라는 단어는 가장 자신답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에게 붙는 부사가 아닐까? - P115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이렇게 보면 참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옆에 있었는데 다른 데서 답을 찾겠다고 돌아다녔다. 나에게 맞는 길이 있을 거라고. 먼 길 돌고 돌아서 다시 왔던 나의 길은 내 마음에 품고 있던 ‘글’에 있었다. 기왕이면 잘 쓰면 좋겠지만, 뭐 잘 쓰고 못 쓰는 것과 관계없이 가장 나답게 한번 써 보려고 한다. - P131
시간이 흘렀고, 바뀐 것도 많았으며,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며 살기보단 순간순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더 자주 웃어 보기로 했다. 현실적인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현실만을 생각하며 살지 않기로 했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 하루는 바뀌어 가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바라는 대로 글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 P157
동그라미와 세모를 비교하면 뭐 하나. 처음부터 다른데. 동그라미는 동그라미의 할 일이, 세모는 세모의 할 일이 있는 것인데 재고 따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이 아니라, 나만이 가야 할 길이, 나만이 지킬 수 있는 속도가 있는 거였다. 나만 힘든 비교는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 P214
걷지 못했던 시간이 지나고 흐르면서 몸만 회복되는 게 아니었다. 마음도 더 단단해진 듯하다. 그걸 믿고,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해 봤다. 나중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취미처럼 시작했다. 그 일들은 재미와 의미를 가져다줬다.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나의 오늘 하루를 가득 채워 줬다. 주위에 함께하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나만의 일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조금 더 이렇게 살아 볼 예정이다. 남들과 다르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막상 해 보니 괜찮았다. 지금의 이 삶이, 내 선택이 마음에 든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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