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핍 윌리엄스 지음, 서제인 옮김 / 엘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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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 '핍 윌리엄스'가 쓴 첫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아름다운 소설. 그리고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찬이라는 역사적인 사건 아래 여성들의 서사.



 나는 요 며칠간 이 책에 푹 빠져있었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을 읽는 동안 주인공 에즈미의 시선을 따라 읽어간 이 책은 작은 아씨들오만과 편견을 읽을 때처럼 사랑스러움과 애틋함을 느끼게 했다. 에즈미가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가 다 고스란히 전해졌으며 특히 그녀가 상실감을 겪을 땐 나 또한 극심한 상실감을 느꼈다. 지만 역사상 가장 권위 있는 사전으로 평가받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편찬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단순히 사랑스러움만 담겨있는 책이 아니었고, 사전 편찬에 있어서 배제된 여성들에 관한 책이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영국에서 제작이 처음 논의된 1857년부터, 1928년 사전의 총 12권 중 마지막 권인 V부터 Z까지가 출간되기까지 71년이 걸렸다. 하지만 저자 핍 윌리엄스옥스퍼드 영어 사전초판이 출간되는 그 긴 시간 동안 모든 편집자가 남성이었고, 거의 모든 조수와 자원봉사자가 남성이었으며, 사전에 들어가는 단어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증거로 사용된 문학 작품과 책자, 신문 기사들 또한 대체로 남성에 의해 쓰여진 것들로만 모은 것에 대해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이 이야기에서 여성들은 어디 있을까?’

그리고 그들의 부재는 중요한 문제일까?’

 

 작가는 자신의 책에 옥스퍼드 영어 사전편찬과 관계된 대부분의 실존 인물들을 그대로 살려내었다. 그리고 가상의 주인공 에즈미의 성장과정과 함께 여성들이 배제된 사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전달한다.

 

 사전 편찬일을 돕는 직원인 아빠를 따라 어린시절부터 분류테이블 아래서 노는 것을 좋아한 에즈미는 왜 어떤 단어는 사전에 들어가고 어떤 단어는 버려지는지 궁금해한다. ‘Bondmaid(여자노예)’, ‘Knackered(진 빠지는)’, ‘Morbs(울증)’.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여자들을 가리키는 단어들. 이러한 단어들이 사전에서 누락되는 것을 본 어린 에즈미는 단어들을 하나씩 수집한다. 그리고 여자들의 단어에 대해, 사전에 있어야 할 그 말들의 자리에 대해, 그 단어들을 배제한 방식의 잘못된 점(379p)’을 느끼며 여성들의 말을 담은 사전을 만든다.



잃어버린 단어가 있기 전, 또 하나의 단어가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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