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 박완서 | 웅진지식하우스
⸻
📚 박완서의 자전적 소설 두 번째 이야기.
스무 살부터 결혼하기 전까지의 청년기를 다루며, 전쟁의 참상과 성장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
💬 인용하고 싶은 문장이 너무너무 많았던 책.
특히 전쟁을 배경으로 한 초반부 이야기는 넘치는 긴장감에 과몰입하게 됐다.
전쟁세대의 비극을 보며 그녀가 전쟁세대가 아닌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더 크고 많은 일을 해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p.112
"사람과 섞이기 전에 우선 오른쪽처럼 굴어야 하나 왼쪽처럼 굴어야 하나부터 정해 놓지 않으면 불안했다."
📖 p.158
"나는 겨울에 인민위원회에서 일할 때하고 너무도 상황이 비슷해서 문득문득 지금 어느 쪽 세상에 살고 있는지 헷갈리려고 했다."
👉🏻진영싸움의 폐해.
같은 것을 보고도 진영에 따라 이분법적 사고를 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그나마 우리끼리라도 똘똘 뭉쳐 결속력이 있었는데,
6.25 전쟁 때는 이념 다툼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며 반으로 갈라졌고,
현재는 그 갈라진 땅에서도 이념, 젠더 등으로 끊임없이 갈라치기 해나간다. 암담한 현실에 씁쓸함을 느낀다.
⸻
📖 p.199
"나는 내가 아니라 나의 그림자였다. 우리 식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그날만 독차지하다 보니 드디어 표정을 포기한 그림자가 돼 버린 것이다."
📖 p.208-209
"이웃은커녕 식구끼리도 감정의 교류가 없었고, 타인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과 고립이야말로 우리가 움츠러들 수 있는 유일한 피난처였다. 안 죽어져서 할 수 없이 사는 주제에 아이가 좀 아프다고 법석을 떨 수는 없는 일이었다."
👉🏻 전쟁 장기화로 인한 무력감이 오빠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어 터져나왔다. 점차 감정과 표정을 일고 고립되는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다. 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갓 돌 지난 아기가 아프다고 해서 어떠한 조치를 취해줄 수 없는 마음이 어떨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
📖 p.120
"공화국의 하늘 아래서만은 정말이지 살고 싶지 않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도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과 상식이 전혀 안 통하는데 있었으니까."
📖 p.145
"그래, 우리 집안은 빨갱이다. 국민들을 인민군 치하에 다 팽개쳐 두고 즈네들만 도망갔다 와 가지고 인민군 밥해준 것도 죄라고 사형시키는 이딴 나라에서 나도 살고 싶지 않아. 죽여라, 죽여. 그까짓 쭉정이들 한꺼번에 불 싸질러 버리고 말지."
📖 p.337
"나는 마모되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기를 펴고 싶었고, 성장도 하고 싶었다."
👉🏻 스무살의 속에서 터져나오는 속내가 이리도 참담할 수 있을까.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국민의 한에 맺힌 절규가 그 참상을 보여준다.
또한,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공화국에서는 절대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당차고 주관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도 인간이기에 때때로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막상 현실에 닥쳤을 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깨질지언정 자리를 지켰다. 그 모습이 참 기특하고도 단단해보였다.
⸻
📖 p. 276
"왜 이렇게 마음은 점점 추비하고 남루해지는 걸까. 도둑질해서 먹고살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온 식구가 양키한테 붙어먹고 사는 거야말로 남루와 비참의 극한이구나 싶었다. 개천에서 희미하게 썩은 내가 올라왔다."
📖 p. 293
"나의 본래의 좋은 점, 관용, 신뢰, 겸허, 연민, 동경 따위를 더 이상 담아둘 데가 없을 정도로 발랑 까져 버린 자신을 느끼고 소스라치듯이 참담해지곤 했다."
👉🏻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며 사회의 쓴 맛을 알아가고, 잔혹한 현실에 상처받는 그녀의 나이는 고작 스물 한 살이었다.
소녀가장으로서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된 그녀는 세상과 타협한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고, 그 시대에서는 비일비재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웠다. 하지만 어떻게든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느꼈다.
⸻
📖 p.207
"한시도 혼자 있지 못하고 주야로 같이 지내게 되니 눈길 한 번 마주치는 것도 괴로웠고, 견딜 수 없는 혐오감으로 문득 토악질이 치밀 적도 있었다."
📖 p.350
"엄마하고 나하고 만날 수만 있었다면 둘 다 울지 않았을 것이다. 따로따로니까, 서로 안 보니까 울 수 있는 울음이었다. 그날 엄마가 정릉으로 빨래를 간 건, 참 잘한 일이었다."
👉🏻이 책은 애증의 모녀사이에 대해서도 다룬다.
적당한 거리감이 있을 때 그 관계가 더 돈독해질 수 있음을 나타내는 문장에 깊은 공감을 했다.
⸻
🎯 추천 대상
- 전쟁 세대의 삶을 생생하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
- 여성 서사와 자전적 성장소설에 관심 있는 독자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후 박완서 문학 세계를 더 깊이 탐구하려는 독자
⸻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했습니다.
#그산이정말거기있었을까 #박완서 #웅진싱크빅 #웅진지식하우스 #서평 #서평단 #북스타그램 #책추천 #독서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