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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철학 기행 - 유럽 문화 예술 기행 2
클라우스 헬트 지음, 최상안 옮김 / 백의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그리스, 로마 철학 기행
"만남의 장소 플라톤"(Treffpunkt Platon)
현재 터키 남동해안에 위치한 밀레토스에서 시작한 그리스-로마 철학 기행은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경유해 북아프리카를 돌아 다시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끝난다. 기원전 6세기에서 시작한 철학 기행은 그로부터 10세기가 훌쩍 넘은 6세기에 다다라서야 끝을 낼 수 있었다. 장장 천년의 세월 동안 지중해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철학의 발전을 쫓았던 여행의 마지막에 가서야 저자가 왜 이 책의 부제를 '만남의 장소 플라톤'을 뜻하는 "Treffpunkt Platon"이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기행 과정이 처음 몇세기를 제외하면 플라톤에서 시작해 플라톤으로 끝나는 것에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현대 서양 사상을 가로지르고 있는 기독교의 정신이 플라톤을 만나지 않고서는 '현실'의 '사상'으로 제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요 논지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스-로마 철학 기행'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기독교 사상의 형성 과정"이라는 제목을 달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게다가 그 어렵고 딱딱하다던 그리스 철학을 통해 기독교 사상의 형성을 설명할 때는 일정한 반복과 재탕을 통해 '독자'의 눈에 익숙하게 만드는 재주도 숨어있다.
기독교 문학의 효시 [변론]의 저자인 테르툴리아누스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 테르톨리아누스의 논거는 이러하다. 중요한 것은 결국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 주는 피상적인 증거가 아니라 국민들이 진심으로 국가를 인정하고 지지하느냐의 여부이다. 국가가 국민들로부터 말과 행동으로는 동의를 얻는 것 같아도, 마음 속으로는 - 국민들의 태도에서 - 기본적인 충성심이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상태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국가를 스스럼없이 대하는 태도도 내면적인 충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각기 다른 종교 공동체에서 생활하는 국민들에게 충성을 강요한다는 것은 국가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완전히 허용하는 편이 오히려 국가에 이익이 된다."고 설명한다. 헌법으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현실에서는 '권력자의 종교 편향'에 의해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는 우리의 현실을 미리 꼬집었던 것 아닌가 싶다.
또한 테르툴리아누스는 "출신이나 세계관의 차이와 관계없이 모든 시민의 행동은 종교적으로 중립적인 공동의 생활 세계에서 이루어지며, 세계관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국가는 이러한 공동 세계를 포괄하는 조직 형태이다. 기독교인들은 이와 같은 의미의 국가를 위해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한다. 물론 이 때의 신은 기독교인의 신이면서 동시에 만인의 신이다."라고 설명한다. 편가르기와 종교편향, 사상(세계관)의 자유 침해를 밥 먹듯이 하고 있는 MB가 꼭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일 듯하다.
기독교 근본주의 시대, 불관용의 시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권력자의 종교와 권력자의 사상만이 유일한 '선'과 '정의'의 척도가 되어버린 시대다.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재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