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관 1 - 2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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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에 필적하는 소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역사서를 교양으로 읽기 좋아하는 사람치고 로마사에 대해 무관심하기는 불가능하다. 로마는 일개 도시로 출발해 지중해와 유럽, 아시아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이루었다. 그 도시를 세운 로마인들은 웅장한 콜로세움과 사방으로 뻗친 가도, 거대한 수도교를 만들었던 장본인들이다. 이탈리아 여행을 가보면 로마를 제외하고 현대 사회를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문화는 우리 선조들이 뿌려놓은 씨앗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을 누구나 가질법하다. 그 당시 그토록 위대했던 로마인들도 나와 같은 사고방식을 가졌을까? 비슷한 말투를 썼을까? 일상의 고통에 대해 유사한 감정을 느꼈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모든 걸 쉽게 알수도 없고 이해하기 힘들다. 어쩌면 미드를 통해서 본 모습이 로마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도시국가라는 점만 빼면 그 실체를 좀처럼 피부로 느낄 수 없는 로마는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근래에 번역 출판된 콜린 매컬로의 대하 장편소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그러한 궁금증에 대한 훌륭한 처방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주고 싶다.

국내에 널리 읽히고 알려진 소설 [가시나무새]의 작가로 익히 알려진 콜린 매컬로는 해외에서는 역사소설가로서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다. 그 대표작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이다. 이미 로마 공화정을 다룬 베스트셀러는 국내에 몇 편 소개된 바 있다. 로버트 해리스의 ‘로마 3부작’ [임페리움]과 [루스트룸], 그리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유명하다. 하지만 로버트 해리스의 ‘로마 3부작’은 법정 스릴러의 플롯을 차용한 장르소설과 믹스된 역사소설이고,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주관적인 역사해석으로 인해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물론 이 두 작품은 로마사 입문서로 손색이 없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작품인 것이다.

운동선수로 치자면 콜린 매컬로는 긴 호흡을 장기로 내세우는 마라톤 선수와도 같다. 콜린 매컬로는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무려 13년의 긴 시간을 고증에 바쳤고, 20년에 걸친 긴 기간 동안 집필하며 이 시리즈를 발표했다. 긴 호흡이 필요한 필생의 역작으로 그는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국내에는 이 7부작 시리즈 중 제 1부 [로마의 일인자]와 제 2부 [풀잎관]이 교유서가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이 두 시리즈만 읽어도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탁월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형식면에서 보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역사소설이다. 그러나 인물간의 대립구도라던가 로맨스적인 요소를 보면 꼭 역사소설의 테두리에 가두기 애매한 점이 많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문들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캐릭터의 장단점이 선명하게 부각된다. 독자들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역사소설이라는 무게감을 전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사소설로서 이 책의 존재감이 퇴색되지도 않는다. 13년의 고증이라는 문구가 걸맞게 작가가 직접 그린 로마의 지도라던가 압도적인 전쟁 장면, 그리고 로마인들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세밀하게 스케치하여 묘사하는 장면은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동화시키고 있다.

이 소설에서 그리는 주인공들을 포함한 주요 인물들은 정치적이거나 정치적인 성향이 다분한 사람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로마사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부딛히며 살다간 영웅들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로마사의 걸출한 두인물, 마리우스와 술라가 있다. 이 두 인물은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제 1부 [로마의 일인자]와 제 2부 [풀잎관]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이름이며 주인공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역사적인 관점에서 제국으로 발전하는 로마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그 점이 광장이 설득력 있게 읽히는데, 작가는 이 소설에서 공적인 의무와 사적인 욕망을 동일시하는 로마인의 특질을 잘 잡아내고 있다. 소설이지만 역사서에 필적할만한 고증과 연구가 없었다면 이런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이 소설은 필연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하나의 위대한 인물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로마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그 인물이다. [풀잎관]에서는 로마사의 걸출한 인물 술라의 활약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그의 활약은 미미하지만 또 다른 폭풍의 서막을 알리는 묘한 긴장감이 작품 전체에 깔려있다. 그리고 공화정 말기를 장식하는 주요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을 하나 더 들고 싶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로마사를 그린 그 어떤 역사 역사소설 보다 더 많은 일상적인 위트와 정치적, 문화적 언급이 담겨있다. 로마의 정치인들의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로마 시대의 여성들에 대해 지면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책이 현대적인 언어로 서술되었을 지라도 담겨있는 내용은 지극히 로마인의 사고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된다. 시오노 나나미와는 다르게 콜린 매컬로는 로마인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기위해 노력한 작가의 태도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술라의 아내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흥미로운데, 전혀 정치적인 성향이 다른 두 인물, 마리우스와 그가 어떻게 한배를 타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개연성이 부족한 내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러한 점은 특별히 지적당할만한 부분은 아니다. 소설가로서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고 집필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역사서는 (그것이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역사가의 해석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딱딱하게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기 때문에 그런 무게감을 벗어던지고 자연스럽게 역사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는 타임머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로마를 소재로 쓴 소설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으로 분류될 수 있다. 아직 2부까지만 번역 출판되었고 카이사르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풀잎관]까지 읽어본 독자라면 나의 이 말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이미 로마사에 대해서 약간의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시리즈의 결과를 알고 있지만 제 3부에서 잔인하며 명석한 천재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가 미트라다테스 왕을 제압하고 로마 내전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마리우스와 킨나, 카이사르가 중심이되는 민중파 편에 서고 싶지만 싫어하는 타입의 술라 같은 인물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보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그린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를 계속 읽을 수밖에 없다는 예감을 느낀다. 6월에 제 3부가 번역 출판된다고 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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