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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미술관 - 이유리의 그림 속 권력 이야기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예술은 그만큼 방대한 작품을 내놓았고 인류사를 풍요롭게 만드는 데 이바지했지만, 역사 자체가 그러하듯이 ‘모두의 것’ 또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진 것’은 아니었다. 권력과 자본은 예술의 관심사를 결정하고 명작의 형태를 주문하는 주체였다. 이 말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예술은 권력자와 자본가가 향유하는 예술과 사뭇 달랐다는 뜻이다.
이유리의 <기울어진 미술관>은 바로 그러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예술 작품 읽기를 시도한 책이다.
저자는 다양한 예술 작품을 살펴보면서 그에 담겨 있는 다양한 소수자 서사를 조명한다. 종교의 주류 해석에 왜곡당한 막달라 마리아부터 부유함을 드러내기 위한 소품으로 활용되었던 흑인 하녀 로르, 관음의 대상이 된 사창가의 여성들, 혐오의 대상으로서 대상화 및 타자화된 유대인과 장애인과 아메리카 원주민들……. 예술이 권력을 쥔 집단의 사고방식을 정당화하고, 그들이 야기한 세상의 그늘을 은폐하거나 왜곡시켜 미화하는 도구로 작동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더불어 그 혐오의 정서는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아니, 더 심해지고 있다. 여성, 장애인, 인종차별, 아동혐오, 이 모두가 바로 지금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문제들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예술 작품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불균형을 인식하고 문제의식을 갖는 방법까지도 배울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