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 어느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
김은화 지음, 박영선 구술 / 딸세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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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친구가 추천해서 알게 된 책이다.

도서관에 일하고 있어 수서 목록에 넣었고 관내 비치되었을 때 빌려 읽었다.

다 읽고 나서 네이버 블로그에 감상을 남겼는데 이 책을 더 응원하고 싶어서 알라딘에도 감상을 남긴다. (예스24에도 남기려고 했는데 로그인이 너무 복잡했다)


엄마가 그렇게 하는 게 강함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사람이 그렇게 혼자서는 마음의 짐을 감당 못 해.

엄마가 나한테 의지를 진짜 많이 하거든. 맨날 나한테는 온갖 얘기 다 해놓고 "느그 오빠한테는 얘기하지 마라. 내가 진짜 죽겠다." 이러고. 하하. 엄마가 말을 안 한다고 하지만, 사람이 정말로 말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어.



읽으면서 우리 엄마와 너무 너무 닮아서 놀랐다.

빚쟁이 남편, 이혼, 두 아이를 홀로 부양하던 시절

심지어 똑똑하고 돈 잘벌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성향까지 닮았다.

'우리 엄마 같은 여자들이 많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읽었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아 헤멘 그 여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만약 '그녀'가 아니라 '그'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첫 번째 단추부터 착착 꿰어졌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했을 것이고, 결혼 후에도 커리어를 유지했을 것이며, 특유의 책임감과 생활력으로 식구들을 부양하고도 남을 만큼 풍족하게 살았을 것이다. 박영선 씨느 그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밀려난 자리에서 삶의 전환을 꾀하고, 다시 최선을 다하는 삶을 태도야 말로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가부장적인 사회는 여성들을 자꾸 변방으로 몰아낸다. 여자라서 공부를 더 시키지 않고, 여자라서 저임슴의 노동을 맡기며, 여자라서 무급으로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하는 것을 사회는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여자들은 피해자의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밀쳐졌다가도 튕겨 오르고, 순응했다가 반발한다. 원망과 증오, 사랑으로 불타올랐다가 체념과 무기력으로 가라앉는다. 실눈을 뜨고 때를 기다린다. 다양한 삶의 전략을 구사하며 성큼성큼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간다. 삶의 길 위에서 그녀들 하나하나가 적극적인 플레이어이며, 역사의 주인공인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살아남은 여자는 누구나 강하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밀려난 곳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아는 어른 중에 같은 여자로 우리 엄마와 동갑인데 외국 유학 갔다와서 대학교수하며 연하의 남친을 만나는 분이 계신다.

종종 우리 엄마가 결혼해서 애 낳지 않고 싱글로 살면서 계속 공무원을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아마도 그 어른처럼 살고 있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나는 엄마의 얼굴을 보는 게 너무 힘들고 그 말을 듣고 대화나눈 게 지겨워서 집을 나왔다.

더는 엄마가 의존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걸 힘들어 했는데 이 저자는 그렇지 않았다.

조명받지 못한 여성 노동자의 삶을 이렇게 책으로 세상에 알려줘서 정말 감사하다.

나라를 구한 위인만 역사에 기록되었는데 이렇게 우리의 삶을 지탱한, 우리를 먹여 살린 여자들의 삶이 기록되어 기쁘다. 앞으로 더 많이 박수 받았으면 좋겠지만 앞으로는 누구나 자기 삶을 자유롭게 선택하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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