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덕주의적(도덕적이란 뜻이 아니고) 주장과 단숨에 뜻을 이루고자 하는태도, 자존심과 결사항전의 의지, 결연한 입장과 유연한 연기력은 협상에임하는 북한의 지도자나 엘리뜨 집단에만 국한된 행동패턴이 아니다. 나이와 계층을 초월해서 많은 북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화적 ‘아비투스‘ habitus, 몸과 마음에 내면화된 습관적 행동패턴이자 사회적 생존전략이라고 할수 있다. 베이징에서 만났던 프로협상가들과 비슷한 패턴으로 자존심을지키려고 하던 탈북아동과의 갈등과 협상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p27

떼를 쓰는 것이든 비명이든 억지든 그것이 통하도록하는 전략이 때로 무섭다. 거대한 사이비 종교집단같은 면모가 보여 이해가 안되고 거부감이 들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존재들과 협상을 잘 하려면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한다. ‘미쳐서 보이지 않는 무리에게 처참하고 웅대한 멸망의 서사시야말로 황홀한 꿈의 세계‘라는 박경리 시인의 말대로 북한 그들의 절박한 몸짓에 대응하려면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한다.

그러나 남한단체의 이름을 찍어서 보급하지 않으면 장군님이 보내주신콩우유라고 여길 것이니 그것은 북쪽체제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문제제기를 무시하긴 어려웠다. 피난시절 원조물자에 새겨졌던 성조기를 기억하던 정치가들은 ‘대한민국‘ 마크를 뚜렷하게 새긴 구호품을 보내서 체제를 흔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북한 당국도 남한 구호물품에 쓰인 상표와 글씨에 민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장군님의 이름‘ 으로 ‘왕차‘를 탄 콩우유가 부정한 손을 덜 타고 더 확실하게 배급되리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p88

그들에게도 자존심이 있으니까 그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 비록 가난해서 원조는 받지만 지키고 싶은 것이다 어쨌든 그들에게 무사히 지원이 가야한다면 그것만을 생각해서 남한이 보냈다는 것까지 감추는 것도 감수해야한다는 것을 들으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고마운 마음은 나중에 다른 방식으로 갚으려 한다고 하니 그 마음은 다 통하는 것을 알게된다 그들이 장군님 아버지에 대한 숭배가 어리석어 보이나 그 또한 순수한 마음으로 읽히니 더 불쌍한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