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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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의 <일곱개의 회의 >는 중견기업 도쿄겐덴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갈등이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진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회사에서의 생존법을 통해 각각의 등장인물에 깊은 공감을 부르며 나의 면면을 돌아보게 하고 통쾌한 대리만족을 준다. 전쟁터와 같은 회사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사건들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대처법들이 재미와 분개와 공감을 불러온다. 회사뿐만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주체성있는 나를 지키고 나의 인생을 내 꿈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대하면 배신당하지. 대신 기대하지 않으면 배신당하는 일도 없어. 나는 그걸 깨달은 거야. 그랬더니 희한한 일이 일어나더군. 그때까지는 그저 힘들고 괴롭기만 했던 회사가 아주 편안한 곳으로 보이더라고. 출세하려 하고 회사나 상사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니까 괴로운 거지. 월급쟁이의 삶은 한 가지가 아니야. 여러가지 삶의 방식이 있는 게 좋지. 나는 만년 계장에 출셋길이 막힌 월급쟁이야. 하지만 나는 자유롭게 살아왔어. 출세라는 인센티브를 외면해 버리면 이렇게 편안한 장사도 없지. p47 잠귀신핫카쿠

겉으로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보면 무능해보여서 무시당하는 사람도 나름의 이유와 철학이 있음이었다. 오히려 한방 맞은 느낌이 드는 무서운 사람이 회사내에도 있다. 모두가 무능하다며 우습게 여겼던 핫카쿠란 인물은 자신의 인생을 나름의 다른 방식으로 개척하는 자였다. 회사라는 조직의 추악한 뒷면이 씁쓸하다. 결국 조직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고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싫어도 적응하면서 찜찜하게 살아야만 하는지.

시험기에서 부러진 나사를 빼내는 손끝이 떨렸다.생각하지 마.
마음 속 목소리가 이쓰로에게 말했다.
시키는 대로 만들어. 눈 앞의 일만 성실히 해내면 돼. 나사 만들기의 원칙은 그런거야. 그래 그러면 된다. 이쓰로는 그 원칙을 어긴 나사를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걸음을 옮겼다. p97 네지로쿠 분투기

대기업을 다니던 아들이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가업을 물려 받고 애쓰지만 쉽게 일은 잘되지 않는다. 여기서 교훈은 원칙을 지켜 일하면 결국 사업은 잘된다는 심플한 결론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특히 사업장에서 그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를 짐작하게 되고 결국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망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특히 기업에서 그것을 잘만 지켜준다면 사기 당하는 일 없이 평온하게 살 수 있을텐데 어쩌다 욕심때문에 타인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에 감각이 무뎌진 사회가 된걸까. 이러니 당한만큼 갚아준다는 오기가 생기는것 같다.

오 년동안 도쿄겐덴이라는 회사에서 유이는 주체성 없는 부품이었다. 시키는 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눈에 띄는 일 없이 그저 한결같이 일에 매진하는 말 없는 부품이었다. 회사뿐 아니라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자신은 부품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의 기분을 만족시키고 안정시키기 위한 편리한 부품.
부품이 되어버린 것은 의사나 감정은 있어도 상황에 맞설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헛되게 지나버린 나날은 이제 되돌릴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있다.p128 결혼퇴사

유이는 자신이 부품이라는 생각조차 없이 지내다가 결혼을 핑계로 퇴사를 앞두고 지난 날을 반성해 보고 앞으로 변화를 위해 조금씩 용기를 낸다. 회사 생활이라는 것이 부품같은 것이라면 의미도 재미도 없을 것이다. 퇴사를 앞두니까 더 소신이 생겨 마지막까지도 열심히 일한다. 그래서 결국 퇴사가 기회가 된 것 같다. 자신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알지만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회사든 사람이든 버려야할 때를 잘 알고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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