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 내려오다 -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어
김동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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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창밖을 내다보니 아침인데 어둡고 흐리다

비가 왔나 보다 비 오는 날이 나에게 제일 기분 좋은 날이라니. 아쉽게도 조금 내리고 그쳤지만.

비 오는 날이 요즘 너무 좋다 그 분위기가 그냥 좋다

여행 에세이 <천국이 내려오다>는 세계 곳곳의 여러 나라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겪은 각각의 이야기마다 천국이 내려온다는 감상으로 마무리한다

거의 행복한 여행인 듯 하나 다 그렇지는 않다

다만 포르투 노천카페에서 마신 에스프레소 맛을 이야기하면 그곳의 분위기와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져 나도 그런 분위기가 그립고 그립다 향긋한 커피 한 잔이면 우아하게 연출되는 그런 풍경이 좋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비 오는 날의 소소한 풍경들.

여행을 하는 자유에 대해 부러워한 적이 많다

그러나 꼭 먼 곳으로 떠나야만 여행이 아님을 알기에 가까운 곳에서 여행하듯 즐기는 걸로도 이제 족하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요즘엔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가는 것도 모두 여행이라 여긴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것이 인생을 즐기며 여행하듯 재밌게 사는 것이다

물론 낯선 세계와

전혀 가보지 못한 미지의 곳에 대한 동경은 막연하게 있다

지금 갈수 없는 곳은

내가 가지 못한 곳을 떠난 여행작가의 책을 사서 읽는 것도 방법이다

김동영이라는 작가를 알아가는 여행

그가 소개하는 여행이야기를 듣는 경험으로도 여행의 의미가 있다

나도 나의 세계를 보여주면 다른 이에게는 그것이 낯선 여행이 되리라

인도의 바라나시

중국의 시창

발리의 우붓

일본의 마나베 섬.

조금은 덜 낯선 곳도 있고

우크라이나 오데사

스페인 네르하

아이슬란드 레이카비크

조금 더 낯선 곳도 있으며

포르투갈의 포르투

러시아 올혼섬

핀란드 로바니에미

언젠가는 거기에 가 있을 나를 상상하는 동경의 여행지도 있다

그러나 그곳이 천국인 이유는 각자의 이유가 다 다르리라

나에게 천국은 내가 어떤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도시가 그곳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있으나 그곳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바라나시 화장터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배우고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며 죄가 씻기고 영혼이 정화되는 경험은 누구나 할 필요는 없고 누군가는 할 수 없어 간접 경험으로 만족한다

들었으므로 조금은 그 느낌을 전달받았으니까

용감한 여행자에게 부러움이 있지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엔 용기가 없고 못해서 부끄럽지는 않다

때론 시인같은 감수성으로 혹은 조금 낯설고

조금 독특한 매력으로 흥미롭게 읽은 에세이다

20년 동안 반복한 여행에 지쳐 결국엔 아늑한 집이 최고라는 솔직한 말에 공감을 한다.

떠나고 돌아온 자와

떠나지 않고 머물러 있는 자는 다른 것이다

여행을 떠날 사람은 떠날 것이고

머물 사람은 머물 것이다

정답이 있진 않다 다만 선택이 있을 뿐. 인생이 그러하듯.

"나는 그곳에서 백석 같은 시인이 되었고

나는 세계와 고립된 그곳에서 언어를 잊었고

나는 예전보다 더 담담해졌고..."

입안에 남아있던 담배 맛과 씁쓸한 맛의 에스프레소가 내 입안에서 서로 끌어안듯 엉켰다. 무척 잘 어울리는 포옹이었기에 나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웨이터 할아버지와 옆 테이블의 할아버지는 내 표정을 보고 자신들이 대단한 진실을 알려준 것처럼 뿌듯해했다. 두 사람은 우아해 보이지 않는 아메리카노는 진짜 커피가 아니니 앞으론 반드시 에스프레소를 마시라고 당부했다. p111

낯선 곳을 특별하지 않게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처럼 다녀온 여행이야기를 우리는 가만히 귀기울여 들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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