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내가 사랑한 거짓말들
케이트 보울러 지음, 이지혜 옮김 / 포이에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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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어디서 굉장히 많이 들은 얘기다. 굳이 종교 얘기로 넘어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신자나, 운명론자가 아니라도 일상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하기도 한다. 때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이 말을 하게 되는 상황은 대개 나쁜 일이 닥쳤을 때다. 어떤 불가항력적인 일 앞에서 위안의 말로 자주 쓰인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럴 거야.' 하지만 대체 세상 모든 일에 이유가 있지는 않다.


 이 책의 제목은 일종의 반어법이다. 작가는 젊은 시절부터 몸에 온갖 문제를 달고 살았다. 팔을 거의 못 쓰는 지경이 되기도 하고, 갖은 노력을 해도 임신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찌어찌 겨우 버텨나가며 살아가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결장암 판정을 받는다. 그의 나이 고작 만 34살에. 신학가인 작가는 자신에게 찾아온 이 고난 속에서 의문을 품는다.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면 내가 지금 암에 걸린 건 도대체 뭔 이유 때문인가? 

 이 책은 여타 다른 종교에 관한 책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런 류의 내용들에 대해서 비판을 하기도 한다. 신을 믿으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건가? 신을 믿으면 걷지 못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걸을 수 있게 되고, 가난하던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인가? 이 책은 회의감에 빠진 신학가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신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보면서 <사일런스>가 떠올랐다(엔도 슈사쿠의 원작 소설 <침묵>을 읽지 못했기에 영화로 대신해서 설명하겠다). <사일런스>는 17세기,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벌어지던 일본으로 선교를 하러 간 신부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박해에 시달리며 배교를 강요당하는 일본의 천주교도들과 그 과정에서 순교하는 이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순교자들의 허망하고 비참한 죽음과 그 과정에서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는 하느님의 침묵에 회의감을 가지게 된다. ‘하느님은 본인을 믿는다는 이유로 고통을 겪는 이들이 간절히 하느님을 찾을 때 왜 침묵하는가?’ 이것이 <사일런스>의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이 책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의 내용과도 맞닿아 있다.

 <사일런스>에서 주인공은 다른 신자들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 결국 배교하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하느님이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들과 고통을 나누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내가 아쉬웠던 지점 중 하나다. 하지만 종교적 신앙에 대한 물음을 다루는 내용은 결국 믿음에 대한 확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경우도 저자는 다소 두루뭉술한 태도로 마무리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건 하느님의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아니라 종교의 영역을 어디까지로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내용이다. 종교에선 아직까지 신앙의 영역에서 삶의 많은 부분을 해석하려고 한다. 이 책은 작가가 그런 종교적 태도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무심히 지나치던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깨닫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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