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의 힘 - 시파워와 랜드파워의 세계사
김동기 지음 / 아카넷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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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들

- 지정학이 인류 전체에게 가장 중요하고 큰 이슈들을 다루면서도 학문으로서 크게 인식되지 못하고, '지정학과(Department of Geopolitics)'가 존재하는 대학도 극히 드물다.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 지정학은 과거의 어떤 지정학적 판단에 따른 선택/결정이 이후의 어떤 선택/결정에 반면교사가 되지 못한다. 즉 지정학은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선을 만드는 도구이다. 또한 지금 내린 선택/결정이 미래의 선례나 거울이 되지도 않는다.

- 따라서 교훈적이지도 않고, 교육을 통해 과거의 지정학적 판단에 의한 사건들을 배운다고 한들, 지금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식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관계나 선택/결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온전히 새로운 선택/결정을 내리기 위해 몰두한다.

- 왜냐하면 최선의 결정이란 오로지 지금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우위, 최대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공존이나 공동의 이익과 같은 가치는 근본적으로 추구할 대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고, 오직 최고의 우위, 최대의 이익을 내는데 있어서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하는 도구적 수단에 불과하다.

- 한마디로 지정학은 어떤 인류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 동원하는, 철저히 이기주의적 판단에 의해 결론지어지는 냉혈적 전술•전략일 뿐이다.

- 지금까지의 지정학은 기본적으로 평화와는 아무 관계도 없다. 앞으로 그렇게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기대를 하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지정학은 궁극적으로 인류공동체라는 가치에는 어떤 관심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제라드 다이아몬드가 주장한 대로 인류가 멸종할 4가지 위기 가운데 하나인 핵무기가 동원되는 최악의 전쟁을 막을 해법을 제시해야 할 운명적 의무를 지정학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지정학은 한마디로 전략이다. 경영학에서 경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는 경쟁을 주도하는 다섯 가지 힘과 그것들이 만드는 동적상태, 즉 dynamics를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https://en.m.wikipedia.org/wiki/Porter%27s_five_forces_analysis


- 지정학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우방? 지금 전략을 수립하는데 과거의 관계는 그저 참고사항일 뿐, 현재의 전략을 도출하는데 변수가 되지 못한다.

- 결론적으로 지정학은 평화지향적이지 않다. 지정학의 근본적 한계가 바로 그것이다.

- 지정학은 지극히 자국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동원된다. 상대와의 협상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평화적으로 달성하려 시도하는 듯하지만, 내심으로는 그것이 달성되지 못했을 때 국가는 그 목적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서슴치 않고 전쟁을 동원한다. 오히려 지정학적 판단에 따른 결과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 역사에도 예외가 없었다. 잠시동안의 평화는 그저 전열을 가다듬어 결정적 시기에 전쟁을 통해 목적을 달성코자 호흡을 고르는 시간을 벌기 위한 휴전이었을 뿐이다. 역사적으로 공존과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데에 쓰여진 적이 없는 지정학.

- 지정학에는 공식, 모델, 이론이 없다. 한 가지 대원칙만 있다. 약육강식.

- 그래서 「지정학의 힘」에도 우리가 궁금해 하는 대한민국, 한반도 평화와 통일, 민족의 번영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결론은 없다. 저자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북한의 적대적 관계의 청산'을 꼽았다.한마디로 '종전선언', '평화선언' 나아가 '남북한 연방제'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요즈음 이런 주장을 하면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불순 세력'으로 매도되는 세상 아닌가?
그러면서 저자는 "남북의 적대적 분단의 고착화로 이익을 얻는 세력이 강해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p325)

- 또한 저자는 남북한이 한반도 생존을 위해 대외적으로 공통된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는, 즉 외부의 잠재적 위협에 공동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p326)

- 마지막으로 저자는 남북한 모두에게 지정학적 상상력을 요구하며, 그 첫걸음이 '상상력의 38선을 철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p329) 한마디로 한국의 정치인들을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숙제를 내준 것이다.

-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 이 숙제에 대해 정말로 그 숙제를 풀려고 머리를 굴릴 사람을 기대하는 것은 난망하다. 일단, 그런 국가적•민족적 사명감과 인류애적 비전과 책임감을 가지고 뛰어들 정치인이 있는 지 의문이다.

- 또한, 지정학은 한마디로 적과의 동침이다. 말이 그렇지 그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 동침을 하기로 약속하고 침대 속에 칼을 숨겨놓고 기다릴 지 누가 알겠는가.

- 그러니 그 어려운 숙제를 누가 하려고 할까. 과연 누가 나설까, 나서기는 할 것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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