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협려 6 - 동방화촉
김용 지음, 이덕옥 옮김 / 김영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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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욕을 당해서 그 아이의 팔을 잘랐단 말이냐? 그 아이의 무공이면 너보다 열 배는 강할 거다. 정말 너를 모욕할 생각이었다면 네 팔이열 개라도 모두 그 아이 손에 잘려나갔을 거야! 검은 어디 있느냐!"
곽부는 더 이상 대꾸하지 못하고 베개 밑에서 군자검을 꺼냈다. 곽정은 검을 받아 들고 살짝 퉁겨보았다. 서슬 퍼런 날이 웅웅거리며 소리를 냈다.
"부야, 사람은 하늘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아버지가 평소 너에게 엄하게 대하기는 했지만, 널 사랑하는 마음은 네 엄마와 다름없다."
곽정의 목소리는 준엄했다. - P80

"저도 알아요."
"그래, 오른팔을 내놓아라. 네가 다른 사람의 팔을 베었으니 너도팔을 잃는 아픔을 알아야 하지 않겠니? 내가 너의 팔을 베어야겠다.
네 아비는 평생 바르게 살아왔다. 절대 사적인 일에 눈이 어두워 딸이라고 무조건 감싸는 일은 할 수가 없다."
곽부는 큰 벌을 받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아버지가 제 팔 하나를내놓으라고 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아버지를 부른 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곽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두 눈으로 딸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했다. - P80

"오빠, 부를 용서해줘요."
"나라고 부를 사랑하지 않겠니? 하지만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벌을받지 않는다면 그 아이도 마음이 편치 않을 거야.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과를 보겠어? 과는 팔이 잘린 채 집을 나가 돌봐주는 사람도 없는데…… 도대체 죽었는지 살았는지.….. 난 내 팔을 자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워." - P82

견지병은?"
견지병은 윤자의 공격을 받아 가슴에 부상을 입었다. 두 군데 상처는 치명적이었지만 아직 죽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미 가망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 중에 견지병은 소용녀가 자신을 찾는 목소리를 듣자 마치 번개를 맞은 듯 가슴이 울렸다. 그는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벌떡 몸을 일으켜 사람들을 헤치고 다가갔다.
"용 낭자, 저 여기 있습니다."
IC소용녀는 잠시 그를 응시했다. 도포를 적시고 있는 선혈과 핏기 없는 얼굴을 본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과야, 나…… 나는 구양봉에게 혈도를 찍히고 꼼짝도 못 하고 있을 때 이 사람에게 순결을 잃었어. 그래서 부상을 치료한다고 해도 너와 혼인할 수가 없어. 하지만 이 사람…… 이 사람이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날 구해줬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이 사람을 괴롭히지 말아줘.
다…… 다 내 운명이었나 봐."
소용녀는 견지병과 양과가 있는 이곳에서 이제 숨길 것도, 속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괴로운 과거를 털어놓았다.
견지병은 소용녀의 말을 듣고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했다. 한때의 경솔함으로, 한때의 어리석음으로 소용녀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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