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호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2
외젠 다비 지음, 원윤수 옮김 / 민음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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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호텔이 나름 호황을 누리던 시절은 1920년대다. 세계 2차 대전이 시작되기 전은 파리의 황금기였다. 이른바 ‘광기의 나날 Les Années Folles ’라 불린다. 전 세계 많은 작가들과 예술가들이 ‘미친 듯이’ 파리를 찬양하던 시절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착한 미국인은 죽어서 파리에 간다"라는 말을 남겼고, ‘잃어버린 세대 Lost Generation’로 유명한 미국 작가 거트루드 슈타인은 “미국은 조국이지만 내 고향은 파리”라고 말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1921년부터 26년까지 파리에 머물던 무명시절을 떠올리며 ‘파리는 날마다 축제 Paris est une fete’라는 회고록을 남겼다. 그 시절 파리는 사진에서처럼 화려했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머물다 간 곳 북쪽 호텔은 나름대로 소박한 정취를 풍기며 책을 읽는 나를 강하게 매혹시켰다. 루이즈 부부는 돈을 빌려 호텔을 싼값에 인수하고 애정을 가지고 다듬어 나간다. 호텔에 머무르는 노동자들은 아침이면 초췌한 얼굴로 방에서 나와 망할 놈의 일!이라고 외치며 자신의 생활을 저주한다. 단조로운 운명이 짓누르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대단치 않은 직업에 못 박힌 채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사는 것은 호텔을 운영하는 루이즈나 파리의 노동자들이나 매한가지다. 북호텔은 처음 문을 열 때도 요란하지 않았고 문을 닫을 때 역시 자신의 의지 같은 건 없었다. 모던 피혁이라는 회사가 지주들과 교섭하여 북호텔을 포함한 토지를 수용하고 거기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은 가재도구를 팔고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은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별 내용도 없는데 이 소설은 왜 이렇게 뒤끝이 길고 찜찜한가. 외젠 다비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부조리가 백 년 후에도 여전하다는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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