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여행을 가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 요즘 같은 시기에 이런 기행문을 읽는 것은 꽤 행복한 여행 방법이 아닐까 싶다. 유홍준이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은 앞선 1,2편을 먼저 읽고 읽는다면 좀 더 큰 그림이 그려질 수 있겠지만, 3편만 읽는다고 해서 손해 볼만한 내용은 절대 아니다.
여행의 시작이 어디 점이 찍혀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내가 시작하는 곳이 시작점이지.
이 책은 실크로드를 여행한다. 중국 서안에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 시리아에 이르는 총 6,400킬로미터를 실크로드라고 말한다. 실크로드는 크게 동부, 중부, 서부로 나누는데 3편은 실크로드의 중부 구간을 여행하며 썼다고 한다. 오아시스 도시들을 여행한다.
항상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와 비단을 실은 상인들을 상상하면서 인간은 참 무모하지만 대단하다라고 여겨왔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곳을 건너갈 생각을 한 최초의 사람이 있었기에 길이라는 것이 생기고, 그에 따라 문화도 섞이고, 거기에 삶의 터전도 생긴 것일 테니까.
정말 인간의 생존능력은 지구 곳곳에서 발휘되지만 사막에서는 더더욱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유홍준과 일행의 실크로드 답사는 다 합쳐서 2주 정도에 걸친다. 2018년에 8박 9일, 2019년에 5박 6일.
이 답사단에 함께 하고 있었다면 나도 그들이 보고 느끼는 문화의 숨결을 엇비슷하게라도 공유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무척 부러웠다.
유홍준이 말하길, 젊었을 때는 모두 화려하고 발달된 문명을 경험해보고 싶어 해 파리, 런던으로 떠나는 배낭여행을 선호하고, 중년에 접어들면 유명한 박물관과 역사 유적을 찾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를 여행하고, 중늙은이가 되면 역사고 예술이고 골 아프게 따지지 않는 자연관광이나 온천여행을 선호하며, 노년에 가까워지면 티베트, 차마고도 등 인간이 문명과 덜 부닥치며 살아가는 곳을 보고 싶어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인간의 간섭을 적게 받아 자연의 원단이 살아 있는 곳에 대한 그리움이 노년에 들면서 깊어지는 것이라고.
나는 여행의 맛을 아직 잘 모르고 살고 있고, (사실 알면 걷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시작하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도 한데..) 앞으로도 강렬하게 여행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 현재는 자연관광이나 온천여행 같은 것이 당기는 것을 보니 중늙은이가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기회만 되면 어떤 여행이든 땡큐다.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대에 참여할 수 있다면 열일 제쳐두고 따라가볼 거다.
중국편이라고 하고, 지금도 중국이지만 이 중국편의 오아시스 도시들은 중국이라고 하기엔 중국색이 옅다.
게다가 꽤 오랜 시간 손을 타지 않은 곳도 많기에 자연 소속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만 같았다.
도굴당한 오아시스 도시들을 보면 세계 강국이라고 하는 몇몇 나라들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서 부끄러워하라고 지적해 주고 싶었다. 지금 발견되었다면 좀 더 소중하게 발굴될 수 있었을까?라는 아쉬움도 생겼다. 우리나라 국립중앙박물관에도 꽤 여러 점의 유물들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일본, 참 멀리까지 가서 가지가지 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아시스 도시들엔 우리나라와 연관된 이야기들도 꽤 많았다. 고구려의 후예가 묻힌 장지가 드러나기도 하고, 강제 이주 당한 흔적도 발견된다. 불교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혜초 스님이 쓴 왕오천축국전도 잠깐 등장하고, 몇 십 년 전에 배운 국사 시간 수업이 갑자기 소환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역사에 대한 글을 읽다 보니 어디에 밑줄을 그어가며 기억해야 할까 고민도 되었다.
다른 책들보다 밑줄 긋는 부분은 현격하게 줄었지만, 나는 사막을 걷고 있었다. 기원전 후의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모래를 발로 밟고 상상할 수 있었다.
짧은 여행이지만 답사를 위해 사전에 꼼꼼히 준비하고 계획한 결과물로 나의문화유산답사기가 나왔다. 과거를 꼼꼼하게 다 알 수는 없지만, 여행을 통한 역사 맛보기로는 알짜배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은 사진도 꼼꼼하게 보길 바란다. 보면서 사진 잘 찍으셨네..라는 생각도 많이 들게 했다.
유적지도 유적지지만, 유물들도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매혹적인 느낌들이 많이 발견된다.
책을 읽으며 기원전의 이 세계도 꽤 많은 문명이 발달되어 있었음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자, 중국 여행 말고, 사막과 오아시스, 오아시스에서 발견된 옛 삶의 흔적들을 함께 탐험해보고 오자. 나중에 이 답사 일지랑 비슷하게 여행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