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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그간 장편소설 몇 권을 읽었지만 책을 받고 놀란 건 이번이 처음! 표지의 묘한 분위기와 심오한 제목. 그리고 두께가..
허허허..
나의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라면 어떨까 괜시리 상상을 해보게 되더란ㅎㅎ 그런 책이 있으면..
p. 274
정직한 사람들은 '나의 진실'과 '그 사람의 진실'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저 진실이 있을 뿐이지요.
[ 책 ]
어느 날, 주인공 벤에게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다. 책은 “일단, 신뢰를 좀 쌓자”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주인공이 어디에서 어떤 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지, 방 안의 인테리어는 어떤지 하나하나 묘사한다. 게다가 그 책은 벤이 방금 전, 뜻하지 않게 지니게 된 위스키병의 존재까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술병을 노리는 위험한 존재가 그를 미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당장 짐을 챙겨 창밖으로 나가 배수관을 타고 집을 탈출하라고 말한다. 과연 그 술이 무엇이기에 괴한이 집까지 따라온 걸까? 필요할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면 뭘 해야 할지 알려주겠다는 이 책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 경험자들 ]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에는 ‘경험자들’의 특별한 존재가 드러난다. 경험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음식에 녹여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하는 기술을 갖고 비밀리에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 위스키 ]
지혜로인 노인 울프는 죽기 전, 주인공에게 알 수 없는 경험이 담긴 단 두 병의 위스키를 남기는데 바로 이 술이 주인공 벤을 미지의 세계로 이끌게 된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뛰어난 에피소드들의 연속. 예상치 못한 전개와 등장 인물들, 이야기의 구성은 글의 초반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으나 절대 지루하지 않은 스토리에 독자들은 하나씩 퍼즐을 끼워맞춰가며 *페이지 터너(Page Turner)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판타지 추리 소설이자 삶에 대한 성찰을 건네는 소설. 기발하다.
*페이지터너
- 책장이 술술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일컫는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는 독자가 읽고 있는 책 제목과 동일하다. 이런 설정은 독자의 참여로 완성되는 이 소설의 독특한 장치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암호와 추리를 풀어나가는 소설 속 주인공의 입장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누구를 위한 안내서일까?
누군가 당신에게 잘 알지 못하는 이를 사랑하게 해준다면, 가보지 못한 유럽의 한 도시를 경험하게 해준다면, 심지어 범죄와 연루된 악한 일을 경험하게 해준다면, 당신은 해 볼 의사가 있는가?
여행, 모임, 평범한 일상, ...
코시국을 지내면서 우린 활동과 관계에 많은 제약을 받고 지내왔다. 물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진짜 경험과 진짜 사랑일테지만 잠시 책과 함께 꿈꿔보는 시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