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거리의 수런거림, 포장도로의 요철, 계절과 함께 이동하는 바람의 촉감, 내가 그 모든 것을 느낀 건 바로 그때였다. 나는 살아남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죽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내가 거리를 걷고있는 한, 거리는 내 것이어야 했다. - P211
그때만큼 나는 내가 파리에서 일시적으로 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고 있다고느낀 적이 없다. 정들면 고향……" 아니, 산다는 것은 그곳에서 경험이 축적되고 그런 경험들이 서로 간섭하며 어떤 때에는 과거의경험이 현재의 그것을 강화하고 어떤 때에는 현재의 경험이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과거의 그것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그런 경험 전체가구체적인 지속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지속의 감각 외에달리 현실이 있을까? 내가 작년을 생각했을 때, 이미 그 작년의내용은 더 이상 일본에서의 사건이 아니었다. 드디어 그것은 한때의 작년으로 변하고 더 나아가 그 작년의 작년으로 바뀌어 세월은 흘러간다. 내 과거 속에는 파리에서 겪은 일들이 늘어가고 도쿄의 그것은 차츰 멀어져갈 것이다. 큰 짐이 없던 나는, 가뿐히 열차에서 내리면 역 앞 가게에서 담배를 사고 커피를 마시고 신문에서내각 교체 기사를 읽거나 지인들한테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러다가 마음이 내키면 자리에서 일어나, 차량번호를 외어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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