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할 수 있는 이유는 눈으로 본 것의 기억이 몸으로 느낀 것의 기억보다 훨씬 오래가기 때문인 것 같다.
여행 그 자체는 근사한 것들에 둘러싸인 고생스러움의 연속일뿐이다. 낙원행 기차를 타기 위해 폭염 속에서 질주하기도 하고, 점점 무거워지는 배낭을 메고 알프스의 절경 속을 지나기도하고, 복통에 시달리면서 옛터의 장엄함에 압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그런 고생스러움이 아니라 눈으로 본 근사한 것들이다. 여자들이 출산의 고통을 기억할 수 있으면 대체 누가 둘째를 낳겠느냐고 엄마는 언젠가 세 번째 자식의 셋째인 나에게 말했다. 내가 태어난 것은 망각 덕분이고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시각적 기억의 우위 덕분이라는 뜻이다. - P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