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구두 속에 손을 넣은 채 축축한 풀밭에 앉아 이 세상이 한 마리 새의부리 속에 든 곡식 알갱이라는 것을, 혹은 어느 아름다운 봄날 아침 어떤 의미 없는 피조물에 의해 우주의 공허 속에서 건져 올려진, 지금 내가 앉아 있는 곳 같은 비탈진 잔디밭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으로 족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사실을 확실히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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