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인의 말을 기억하는 것처럼 아이네아스의 말도 기억한다. 그 말이 내 삶의 피륙, 내가 천을 짜나가는 날실이기에 모든 단어를 기억한다. 아이네아스의 죽음 이후로 나의 모든 삶은 미처 끝나지 못한채 베틀에서 찢겨 나간 피륙 같을지도,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뒤엉킨 실들의 모습 같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베틀의 북이 항상 시작점으로 돌아가 일정한 모양을 찾아내어 거기서 계속해 나가는 것처럼 내 마음도 처음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천 짜는 사람이 아니라 실 잣는 사람이었지만, 천 짜는 법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