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전부터 끈질기게 사실이기를 소망했으나 내심 믿지는 못했던 명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미술과 문학이 목적성을 갖는 것이었다. 우리가 까다로운 진실을 표현하는 능력을 가다듬는 것이 이 망가진 세상을 수리하는 영속적 작업에서 도구가 되어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펜이나 붓이 정말로 칼보다 더 강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때 모스크바에서 사흘을 보내는 동안 깨달았다. 특정 시기와 특정 장소에서는 내 소망이 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라딘 eBook <경험 수집가의 여행> (앤드류 솔로몬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