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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관하여
남원정 지음 / 렛츠북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김영하 작가님이 TV에 나와 우리가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하셨다. <소설은 나와 전혀 다른 상황에 있는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고, 공감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다른 세계 속 인물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소설을 많이 읽다 보면 내가 느끼는 감정에 언어가 부여되고 그러면 감정을 훨씬 잘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화를 잘 내고 감정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은 사실 ‘약한 사람’이고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지금 나의 감정이 어떤지 잘 이해해서 언어화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강한 사람’이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나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소설의 힘이다.>

그래.. 그래서 소설을 읽는 거구나. <그리움에 관하여>를 읽으며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책 속 주인공과 함께 다양한 감정의 결을 맞추어본다. 그리고 나의 다양한 감정들을 마주한다.

 

우리는 모두 다양한 형태의 그리움을 갖고 산다. 사랑, 가족, 친구, 유년 시절, 예전의 나, 어떤 감정, 추억의 장소 등....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꺼내 보지 못했던 색 바랜 그리움을 오랜만에 마주하게 됐다. 특히 이야기에 담긴 그리움 중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결국은 우리 모두를 지탱하고 있는 힘이 가족이라는 확신과 함께. 그 그리움을 나는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전하고 있을까?

 

무뎌진 감정의 선이 다시 살아남을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이야기들을 관통하며 하나로 이어주었기 때문이겠지. 편하게 읽히면서도 집중하게 만드는 문장들은 시와 같이 묘사와 감정이 풍부하다. 그런 문장들을 곳곳에서 만나며 글 쓰는 작업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제일 먼저 읽는다. 작가에 대한 정보가 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 그런데 책을 읽는 중간중간 책날개에 쓰인 작가 소개를 자꾸 들춰보았다. 소설이라지만 모든 작품의 주인공이 작가님 같다. 정말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구분되지 않는 구체적인 상황 설명은 각 장면을 더욱 생생하게 전해준다. (분명 작가님의 경험이 소설 안에 많이 담겨 있을 거다.^-^)

 

오랫동안 저 깊숙이 묻어두었던 자신의 감정들을 마주하고 싶을 때 함께 하면 좋을 책이다.

 

+ 이야기와 어울리는 많은 음악들이 나온다. 그 음악들을 틀어놓고 책을 읽으면 또 다른 깊이를 느낄 수 있다.

 

 

 

*** 나에게 온 문장

- 돌이켜보면, 허망하게도 내 시간의 큰 뭉치들은 온전히 ‘소유의 갈증’으로 채워졌다. 욕망이라는 끝없는 허기로 만들어진 아가리에, 나는 성실하게, 내 인생의 대부분을 바쳐 가며, 결국은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쑤셔 넣은 것이다. 아무리 넣어도 부풀지 않는 그곳에 말이다.

 

- 언제까지 이런 ‘지켜봄’이 지속 가능할지 나로선 당최 알 길이 없었다. 사랑은 시간 속의 고뇌였다. 나의 행동과 생각을 강제하고, 숙명적이라는 착각을 요구하고 독점하고 특별하게 만들었다.

 

- ... 모든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숱한 작은 것들로 이어진다. 순간은 느리고 말할 수 없이 상세하다. 시간을 곱씹어야 한다. 서두르거나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버리면, 하찮은 일들에 익숙해져, 어느새 잊힌다. 기억이 지워진다. 내가 사랑했던 그들의 모습이. 다만 조각만 달라붙어 빗물에 반사될 뿐.

 

- 인간은 축적된 경험으로 정의한 각자의 상대방을 소유한다. 그는 내가 아니다. 나는 종종 심하게 왜곡한 나를 간직한 지인을 만난다. 그건 고통이다. 그리고 점점 참을 수 없게 된다.

 

- 모든 것은 사라진다. 모든 예술은 사라진다. 모든 인간은 사라진다. 모든 것은 다 사라진다. 당신이 하는 이 모든 행위는 흔적도 없이 다 사라진다. 그게 진리다.

 

- ... 그녀는 나의 절망적 상황과 나 자신은 거의 개의치 않는 빈곤에 마음을 쓴다. 내 안의 고통은 세상 사람들처럼 그다지 드러나지 않기 마련이다. 무심함은 널리 퍼져있다. 그들이 받는 찰나와도 같은 내면의 불편함을, 사람들은 이제 부풀리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 모든 쾌락은 끔찍하게 짧다. 긴 불행은, 단 한순간만 살아있음의 기쁨을 허락한다.

 

- 그런 그들의 웃음 속에서 나는 슬픔을 느꼈다. 세상은 이제 풍요로워졌지만, 그들 앞에 놓인 치열하고 끝없는 경쟁은 그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가혹해 보였다.

 

- 나는 단순히 음악을 ‘좋아하는 것’과 음악을 ‘한다는 것’에는 근본적으로 괴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 어느 것 하나 ‘가짐’으로써 느껴야 하는 ‘부담감’. 그러므로 종래 ‘줌’으로써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마음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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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 : 시간의 물리학 - 지금이란 무엇이고 시간은 왜 흐르는가
리처드 뮬러 지음, 장종훈.강형구 옮김, 이해심 감수 / 바다출판사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과학자들은, 그리고 저자는 왜 ‘지금’과 ‘시간’을 연구한 것일까? 매 순간 우리가 맞이하는 ‘지금’의 의미, 또 그 ‘지금’을 만들어 내는 ‘시간’과 ‘시간의 흐름’, 결국 ‘지금’과 ‘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삶’의 의미를 고민하게 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담긴 건 아닐까? 과학 책이면서도 철학 책 한 권을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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