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이 크지 않은 예상가능한 얘기 안에서도 읽을 가치가 있었다

잘 자요, 엄마
서미애 지음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이건 알라딘에서 구매했던 책은 아니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눈에 띄어서 샀던 책입니다. 이 책이 추리/스릴러 그런 계열이긴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읽으시는 분들은 '추리'나 '반전'을 기대하고 읽으시면 실망하실 듯 합니다. 그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으신 분들은 특히 반전 예측을 잘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최대한 줄거리에 관한 말을 아껴서 얘기를 해야겠는데...뭐라고 책을 소개해야 할까요. 사람의 과거, 어떤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가족의 이야기, 사람의 심리에 대한 고찰, 그런 것들에 대한 일종의 작가 나름의 결론이 담겨있습니다.  

이 책은 표지, 띠지(에 인쇄된 글귀), 제목 모든 곳에 힌트가 많습니다. 일단, 책 초반에 일어난 화재사건에 대해서는 그것이 방화라는 것도 분위기상 알 수 있고, 그럼 살인이 있었다는 것도, 범인이 누구인지도 금방 짐작이 가실 겁니다. 그리고 사형수의 이야기와 화자가 함께 살게된 어린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도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사형수의 인생이 사형수 자신의 입으로 '알짤없이' 진실되게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책의 주 화자의 운명까지 쉽게 예측가능합니다.  

하나의 작은 놀라움이 있긴 합니다. 어린 등장인물이 직접적인 폭력에 노출되어서 스스로 그렇게 되어갔던 것뿐만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조장한 어른이 또 있었다는 것이 마지막에 밝혀집니다. 그 부분이 읽는 사람을 조금 심란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작가가 마지막까지 강조점을 찍고 싶었던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건의 강렬함이랄까, 그런 부분들 묘사가 자극이 적다는 면은 아쉽기도 합니다. 범죄자를 제외하고는 주 화자부터 시작해서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상식적이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지는 옆집 사람들처럼 양식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이 그렇다보니 그들은 사건을 순진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민함은 있어도 행동이 예상을 깨는 극적인 면은 보이지 않습니다. CSI부터 시작해서 요즘 신문의 짧게 나온 범죄 기사만 봐도 범죄의 장면이 끔찍한데, 이 책에선 화재의 부분부터 무척이나 상식적인 사람의 시선으로 서술합니다. 읽는 사람이 상상력을 쓰지 않으면 사형수의 범죄 서술까지 '무난한' 편입니다. 왠지 그러한 부분을 아끼거나 자극을 크게 주지 않으려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척 감탄했던 것은 이 작가의 책을 처음 읽어보았는데 글이 아주 깔끔합니다. 대화도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의 대화같은 감을 잃지 않게 깔끔하게 처리되었고, 서술 역시 군더더기없이 깔끔하면서 하고자하는 서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이 작가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런 글이 무척 제 취향이었던지라 이전에 썼던 화제가 되었던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