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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지, 현지인, 그곳에서 만난 사람의 사진과 그들 소개글, 인터뷰글이 실려있다. 읽기 시작하면 미치게 여행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들 말한다. 그건 이 책에 실린 여행자들이 여행에 대해 가진 생각이 여행은 가보고 싶지만 겁 많고 소심한 사람들에게 여유있게 자신들의 여행에 대한 생각을 내리꽂아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라고, 여행이란 특별한 유흥이 아닐 수도 있고 일상의 탈출구일 뿐만 아니라 복귀 후 일상을 더 잘 보내기 위한 기간일 수도 있고, 돈을 쓰고 보고 오는 것만이 아니라 또 하나의 나의 일상 생활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특히, '준비를 다 한 후 뭔가를 한다'는 태도를 가진 나같은 이에게 이 책은 제대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돌아가서 더 잘 살기 위해서 여행을 한다는 사람의 얘기보다, 그냥 떠나온 안야의 이야기다 더 와닿았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 두고 행복해질 수 있는 무엇가를 찾고 싶어서, 어떤 일이 생길지 보고 싶어서 떠난 38세의 독일인 안야..
19개월이나 여행을 하고 있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니가, 사회에서 이탈해 있는 건 아닌가 고민한 적은 없어?
가끔 그런 회의가 들곤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하지만 그런 불안과 혼란은 내 안에서 스스로 생기는 건 아니야. 여행을 마치고 독일에 돌아간 다음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지. 그런데 그런 걸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아. 그건 사람들이 내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일 뿐이니까. 나는 나 자신을 믿어. 전과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돌아가야 할 때가 오면 언제든지 돌아갈 거야.
그렇다고 여행을 하면서 모든 게 만족스럽고 좋을 것 같지만은 않아.
물론이지. 무엇인가 결정해야 하는데 내 곁에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거나 괜히 기분이 가라앉고 혼자일 때 친구와 가족이 그립고 외로워. 누구나 그러지 않겠어? 하지만 그 때 내가 왜 여행을 했는지, 외로움이 생겨도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지 알게 돼. 힘든 상황이나 복잡한 감정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극복하는지 배우는 거야. 결국 전보다 훨씬 강해진 나를 보게 돼.
떠났기 때문에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을까?
여행을 하든 독일에 돌아가 살든 삶이 항상 만족스러울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이번 여행으로 난 행복해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아.
예를 들면 어떤?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황에서 마음을 들여다 보며 나를 다스리는 것, 그리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늘 인식하는 것. 그러다 보면 좀 더 일상에 여유가 생기고 마음이 편안해지거든.
여행을 할 때 언제가 가장 행복해?
그런 질문부터가 나를 행복하게 해. 후훗. 언제가 행복하냐면, 음... 아주 맛있는 인도 음식을 먹을 때, 마사지를 좀 더 잘 하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 때, 멋진 이메일을 받았을 때, 산 위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볼 때, 인도 사람들로 가득 찬 지긋지긋하게 더운 버스 안에서 '내가 지금 여기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 그럴 때 행복해.
여행을 할 때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보면 그녀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도 어디 있으나 행복해질 수 있는 실마리를 정말 얻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