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674층 높이에 인구 50만을 수용할 수 있는 타워, 빈스토크. 지상 최대의 건출물임과 동시에 최초의 설립자들을 파산으로 몰고가기 까지 한 광기의 산물. 역사상 최초로 타워 도시국가라는 주권을 인정받은 건물.


1. 이것이 바로 소설 <타워>의 배경이 되는 건물이다. 674층이라는 어마어마한 높이에 50만명이 거주 가능할 정도로 넓기까지한 빈스토크. 높기만 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고 그 넓이도 상당하여 여러 나라에 중첩되어서 지어진 이 건물은,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 만큼 다양한 삶, 그리고 그리 우리가 사는 사회와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이 책은 이 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옴니부스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제일 첫번째 이야기인 '동원박사 세사람-개를 포함한 경우' 에서는 빈스토크에서 권력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빈스토크에서의 전반적인 권력 구조가 평범한 사회와 큰 차이가 없음을 말함과 동시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현실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에피소드이다.

두번째 이야기 '자연예찬'에서는 첫번째 이야기의 권력장의 이야기를 조금 더 가까운 형태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과거에는 정치권력 등에 쓴소리를 내뱉었지만 현재는 자연에 대한 글만을 쓰는 유명 소설가 k씨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권력의 힘이 인간을 변화시키는 방향에 대해서, 그리고 자진삭제의 위험성에 대해서 비판한다. 

그 외에도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광장의 아미타불', '샤리아에 부합하는' 등등, 각 에피소드 마다 현재 우리 시대에 화제가 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빈스토크 타워에 적절히 적용시킴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2. '타워'라는 배경 자체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결과물이다. 아래층에서부터 제일 윗층의 관계는 현실의 하위계층, 혹은 빈민층에서부터 상류층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통하여 다른 층에 갈때도 이용 요금을 내야만 이용할 수 있고, 이런 엘리베이터가 얼마나 직항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권력의 관계가 보여주고 있다는 점, 일정 층은 아예 군인만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 등, 많은 부분에서 현재의 국토 개념이나 권력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또 단순히 권력의 구조만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수평주의자들과 수직주의자, 현실 속 노조와 기업인의 관계 등등을 보여줌으로서 부의 양분화 사태와 심해지고 있는 갈등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보니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현재 대한민국의 삶이 과연 어떠한지 알 수 있고, 바로 이런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는 원동력이 되었다.


3. 하지만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내가 기대했던 이야기는 타워라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은 곳에서의 환상적인 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현실에 대한 비판이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만약 SF소설이 지나치게 현실만을 이야기 한다면 그건 순수소설에 연장선에 불과하고, 반대로 환상적인 이야기에만 집착할 경우에는 망상소설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타워>는 빈스토크라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타워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나치게 현실적인 이야기에 집착하다 보니 공상적인 부분이 빈약한 것은 아니었을까? '타워'는 현실의 권력 구조를 비유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고, 그 안의 삶들 역시 현재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점, 그로 인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점 등은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다.  


4. '타워'라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현실의 인간군상들의 이야기, 그것이 바로 <타워>라는 책이다. 비록 지나치게 현실의 이야기에 집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지만, 상당히 재미있고, 또 나의 시야를 좀 더 넓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 등, 이 책을 위하여 바친 시간이 후회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회비판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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