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에서 등장하는 <한국의 책쟁이들>다양한 장르의 책쟁이들이 등장하여 특정 장르를 가진 사람만이 진짜 책을 본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중에서 특히 인상깊게 본 인물을 꼽으라면 역시 맨 처음 소개되는 '만화 마니아 박지수'를 들고싶다. 예전 MBC간판 코너였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서 만화책을 본다고 비웃음을 샀던 적이 있어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이 생각난다. 물론 코너의 특성 상 만화책에 큰 가치를 두지 않았던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만화책이 가지고 있는 위상이 어느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그때 박지수씨가 인터뷰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아마도 너무 진지한 그의 모습에 편집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하면 (비)웃음도 줄 수 없고 그렇다고 프로그램의 성격이랑 맞지도 않는 그의 만화책 사람에 어쩔 수 없이 편집했을 것이다.
책 속에 비친 그의 서가는 일반책들과 함께 만화책 역시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그 스스로도 만화책을 사랑하여 출판사업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 정도라면 결코 다른 책쟁이들과 비교하여 부족하지 않는 책쟁이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부분은 이런 사람들도 현실의 풍랑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었다. 제일 인상깊었던 박지수씨는, 출판업이 망하고 백수로 지내다가 현재는 공무원 준비를 위하여 잠시 책에서 멀어지겠다는 뜻을 보여주고 있었다. 또 어떤 이는 새로운 사업을 하게 되면서 기존에 보던 책 대신 경제 서적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고 글쓴이에게 변명 어린 말을 하는 장면 역시 등장한다. 이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현재의 내 모습과도 너무나 가깝다고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책쟁이이면서도 현실에 직면하는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이라니...
또한 개인적으로 책의 구성에도 약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의 독서량이 줄어서일까? 아니면 글쓴이의 연배가 높아서일까? 이곳에 등장하는 책쟁이들의 평균 나이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나와 공감대가 맞는 분들은 약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있었다.  

아마 이 책에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책쟁이들은 더 많을 것이다. 어쩌면 그 중에서 나와 비슷한 취향의 책쟁이도 존재하겠지. 이런 책쟁이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는 곳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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