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 진화론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진화했는가 대담 시리즈 4
최종덕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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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느끼는 점인데, 예전과 달리 진화론에 대해서 이리 저리 많이 들리는 듯 하다. 어쩌면 내가 몇년동안 진화론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진화론 관련 자료만 찾아 이런 착각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혹은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진화론이라는 과학이론에 흥미를 가지기에 그런 것일 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어떤 이유에서든 진화론 관련 책을 찾아 찾아 돌아다니다 보니, 진화론의 기본 개념을 정립한 찰스 다윈이 한국의 학자들과 만난다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찾게 되었다. 물론 드래곤볼을 모아서 용신님께 소원빌어 찰스 다윈을 다시 살렸다는 것이 아니라,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다방면의 학자들이 토론을 벌인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물론 마지막 챕터는 가상의 찰스 다윈과의 토론 형식으로 작성되어 있지만 말이다.) 

다방면의 학자들로 구성되었다고 말했다시피, 주제는 진화론이라는 과학이론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 걸쳐져 있다. 사회는 과학철학자인 최종덕님이 맞고 있으며, 최종덕님이 서양사를 전공한 임지현님, 생물학과 전공의 전방욱님, 의학 전공의 강신익님, 동양철학 전공의 김시천님과의 대화 형식으로 펼쳐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임지현님과의 대화는 주로 진화론이 역사적으로 영향을 미친 정도와 현재 진화론이 자본주의와 어떤 관계를 지니고 있느냐의 사회적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생물학 전공의 전방욱님은 진화론 자체의 발전과정과 현재 과학과의 연관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음... 하여튼 그런 것이다. 

사실 임지현님과 전방욱님의 대화의 경우 진화론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나로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부분이다. 이미 다른 책을 통하여 읽은 적도 있고, 혹은 여러 인터넷 카페에서 들었던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오는 강신익님과 김시천님의 토론 내용은 지금까지 봐온 진화론에 관한 내용과는 방향 부터가 달랐고, 그러다보니 흥미와 혼돈을 동시에 주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강신익님의 대화는 의학분야이다 보니 현재의 의학계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었다. 즉, 현재의 의학에서 병을 고치는 방법은 강한 치료제를 사용하여 바이러스를 없애버리는 형식인데, 이런 방식이 더 강력한 바이러스들을 만들어 냈다는 내용이다. 처음 항생제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인류는 앞으로 질병의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호언하였으나, 정작 강력한 항생제에 의해서 바이러스들 역시 진화를 통하여(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런 경우에는 인위적 자연선택이라고 해야하나?)그에 대응하였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강력한 항생제를 사용할 수록 바이러스들도 내성이 생겨 강해질테니, 의학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주제는 최근 신종플루나 슈퍼박테리아와 같은 끝없는 변종과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들의 존재로 인해서 더 이상 묵시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만큼 강한 흥미를 끌었다. 

김시천님의 경우에는 동양 철학을 전공으로 하신 분이시다보니 그와 관련되어 진화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듯 하였으나...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이 토론은 진화론과 동양철학의 관점이 아니라 서양과 동양의 철학적 차이, 그리고 지나친 서양적 관점으로 인해서 동양 철학이 왜곡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보는편이 맞을거 같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보자면, 장자나 노자의 사상이 무의자연과 같은 탈정치적,탈인위적인 자연적 인간을 지향하고 있다고 흔히 말하는데, 김시천님의 말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그 당시의 철학은 탈정치가 아니라 정치와 놀라울 정도로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즉 노자의 사상이 마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메세지만을 담고 있는 듯 하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사상은 정치가(그 당시에는 왕)이 백성들을 향한 정치를 어떤 식으로 배풀어 가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하여 만들어지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상이 서양의 철약과 비교되다 보니 마치 동양의 정치는 정치에서 한발자국 물러나거나 아에 연관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시천님은 이런 잘못된 현상에 대해서 보다 바르게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동양의 철학 역시 정치와 연결되 있으며(어쩌면 훨씬 더 강하게), 지나친 서양의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말고 동양의 관점에서 올바르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마지막은 다윈과의 대화이기는 하지만... 그냥 조금 보다 말았다. 대충 훑어보니 이미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들인 듯 하여서 말이다.    

이 책은 진화론과 깊은 연관이 없어보이는 듯 하다. 굳이 진화론이라고 말하지 않았어도 다른 형식으로라도 나올 수 있었다고 보기도 하고, 진화론은 왠지 물러나 있었다는 느낌도 강하게 드니 말이다. 하지만, 비록 진화론은 한쪽으로 밀린 듯한 느낌이어도 이 책안에 들어가있는 내용들은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넘쳐난다는 것도 사실이다. 덕분에 다른 분야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나 할까(동시에 한편으로 아쉬움이 넘쳐나기도 하지만...). 이와 관련된 책들도 찾아서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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