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충돌
새뮤얼 헌팅턴 지음, 이희재 옮김 / 김영사 / 199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 소련과 미국이 이끄는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싸움은 누구나 알다시피 민주주의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소련은 무너져 여러 나라로 나뉘어진 반면, 미국은 여전히 강대국으로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두개의 강력한 이데올로기 중 하나가 사라졌을 때, 세상을 미국의 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점령할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말 그대로 더 이상 라이벌이 없는 절대강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미국이었으니까. 하지만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사라졌다고 해서 다른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살아남은 이데올로기가 모든 것을 지배하지도 못하였다. 되려 살아남은 자유주의 조차도 자신의 반대급부가 사라짐으로서 절대적 영향력도 사라져 버린 모습이다. 그리고 이 흔들리는 이데올로기를 대신할 것이 나타났으니, 바로 '문명'이라는 전통의 강자가 그것이었다. 

 인간이 정착을 하고, 혹은 집단을 만들어 내는 행위를 하면서부터 생겨난 것이 바로 문명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종교적인 것일 수도 있고, 민족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생겨난 문명은 비록 모습은 바뀔지언정 쉽게 사라지는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로마인데, 비록 로마는 망했지만 그들이 남긴 문명은 여전히 서양 역사에 뿌리깊게 차지하고 있다. 또 자유민주주의를 받아들인 한국만 하더라도 여전히 유교적 풍습이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문명의 충돌>은 앞으로의 시대는 바로 문명과 문명의 각축 현장이 될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그것은 현실을 살아오는 우리도 볼 수 있는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종교적 문제라거나, 이슬람으로  하나되는 중동의 모습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와 같은 문명은 집단화 되어 강력한 군사적, 경제적 존재로서 힘을 발휘할 수도 있고, 이민이나 종교적 선교 활동등을 통하여 퍼져나가 상대방의 문명에서 그 힘을 발휘하는 경우로서도 존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많은 자료들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한국 역시 앞으로 다문화,다민족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많은 만큼, 이와 같은 책을 통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잡아두어야 하지 않을까? 

 

ps. 종종 무신론자들이 종교가 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꽤나 무모한 생각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그 말은 한 나라의 문화 그 자체를 없애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우리 모두 총을 버리고 손을 맞잡자고 이야기하는 쪽이 훨씬 그럴듯한 이야기일 듯 하다. 

ps2.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한건데, 저자가 지나치게 문명에만 집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혹은 동아시아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생긴다. 한국같은 경우 저자는 한국을 유교 문화라는 이유로 중국문화로 편입시키는데, 정작 일본은 독자적인 문화로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건 문명으로 구분했다기 보다는 경제적 힘의 권력으로 잡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들고 있고, 동시에 냉전 이데올로기로 북한과 남한으로 나눠져 있는 한국을 중국으로 넣었다는 것에서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한다는 것.  내가 한국인이라서 이게 눈에 먼저 뛴거지, 아마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그 나라에 관한 편견 등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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