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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ㅣ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부메의 여름, 제목만 들어서는 뭘 뜻하는지 알 수 없는 이 소설은, 책을 읽어가면서도 나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간 소설이다. 왜냐고? 이 소설을 심령 소설로 몰고 가야하는지, 추리 소설로 몰고가야 하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분야의 소설로 넘어가야 하는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내용 자체도 왠지 일본판 엽기물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20개월이 되도록 태어나지 않는 아이, 철학자인지 아니면 사이비 교주인지 햇갈리게 하는 서점주인(겸 음양사) , 한쪽 눈으로는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과거를 보는 탐정, 인간이 아닌 인형같은 여인,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비밀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음양사에 과거시점을 보는 탐정 등,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 나오는 이 소설은, 정작 추리 자체는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더더욱 나를 혼돈 속으로 던져 놓았다. 아니, 음양사라고는 해도 식신을 소환해 내는 등의 환타지도 없을뿐더러 제령의식조차도 인간의 심적 탐구를 통하여 해결해 나가고 있고, 과거시의 탐정은 자신이 다른 이의 과거를 본다는 자각이 없으므로 이들도 현대적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또 일인칭 주인공 시점은 이 소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혼란스러움을 가져다 주다보니, 얼마전에 봤던 <명탐정의 규칙>에 나오는 규칙들을 어지간히도 사용하는 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일본 내에서도 이 소설을 가지고 옳다, 그르다는 식으로 편이 갈렸다고 하니, 나 혼자만의 상상은 아니라는 것이겠지.
음...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중에서 이 소설과 제일 유사한 소설을 이야기하자면, 추리소설이 아닌 판타지 소설인 <공의 경계>를 들 수 있겠다. 특히 음양사인 교고쿠도의 말을 듣고 있으면, 일부로 사람 햇갈리게 만드려고 작정한 듯한 <공의 경계>의 일부분을 차용해서 적은게 아닌가 생각할 정도이다. 덕분에 중간에 그냥 포기해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초반의 <공의경계>틱하던 분위기가 중반에 넘어가면서 본격 추리물로 넘어가다 보니(이것도 내 개인적 판단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흥미진진한 소설이 되어버린, 뭐라 딱히 표현할 길이 없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부메의 여름을 필두로 <먕량의 상자>,<광골의 꿈> 시리즈가 있기는 한데,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는 중. 무엇보다도, 한권의 책으로 되어있었던 <우부메의 여름>조차도 워낙 줄간격이 좁아서 읽는데 오래걸렸는데, 두 시리즈는 그런 식으로 두권이니, 건드리기도 두렵다. 그래도, 이런 신선하면서도 복잡한 시리즈를 좋아하니, 언젠가는(언젠가는!) 읽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