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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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진화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중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리차드 도킨스를 뽑을것이다. 다윈주의의 뒤를 잊고 있는 현시대 최고의 진화론교수이자, (아마도) 가장 강력한 무신론자인 이 인물은, 2004년 세계를 깜짝 놀래키는 책 한권을 출판하였다.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이 책은 많은 논란을 불러 오기 충분한 책이었다.


나름대로 도킨스를 좋아라 하는 나 역시 이 책을 빌려서 한번, 그리고 구입해서 한번 읽은 상태인데, 두번 다 책을 덮으면서 생각한 것이 하나 있다.

"아, 이것은 기존의 무신론자들의 주장들을 집결성한 책이구나. 멋진걸~~"

이 책은 종교, 신이라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이들이 찾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이세상의 악은 종교로부터 시작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반기련이나 기독교인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책에 열광하고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반대로 불교등은 예외다. 도킨스 스스로도 책에서 불교나 유교는 종교라기 보다는 철학에 가까운 것이기에 자신의 비판에서 빠진다고 이야기하였다.)


당연히 이런 책이 등장하였으니 반대되는 책이 출판되는 것도 당연지사, 바로 맥그라스 부부의 <도킨스의 망상(Dawkins Delusion?)>이 그러한 책이다.

사실  고백하는데, 나는 이 책을 지하철에서 절반 정도 본 후에 덮었다. 내가 도킨스를 좋아해서 그런것은 아니다. 맥그라스가 하는 말들 역시 언젠가 한번씩은 들어본듯한 말이었기 때문이다.(물론 이 책이 <만들어진 신>는 덜 매력적이라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책의 내용이야 말할 것도 없이,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 얼마나 유치하고 자기 중심적인 책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바로 도킨스가 무신론 교주가 되었다는 말이다. 신을 부정하는 자가 교주가 되었다니? 이것만큼 우스운 소리도 어디에 있겠는가?

내 생각에 맥그라스의 주장도 일견 타당한 말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도킨스의 책을 읽은 후 과연 이 책이 세상에 등장할 만한 책인지, 이 책이 과학서적에 있을 만한 책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또다른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나 <눈먼 시계공>등은 읽으면서 감탄하고 깊게 생각할 무엇인가를 주었다. 하지만, <만들어진 신>은 마치 무신론자들의 입장만을 대변해 주는, 좀 더 자극적으로는 무신론자들의 자위행위와 큰 차이점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또한 과학과 무신론을 같은 것으로 보려는 태도 역시 문제라는 생각도 들게하였다.)
도킨스는 이 책을 덮는 순간 유신론자는 무신론자가 되어있을 거라고 했지만, 내가 봤을 때 이 책을 덮으면서 무신론자는 더더욱 강한 무신론자가, 유신론자는 더더욱 강한 유신론자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된다. 그 만큼 유신론자들 역시 이런 무신론자들의 의견에 면역이 되어있을테니 말이다.
지금은 약간 그 의견이 바뀌었는데, <다윈의 식탁>을 읽으면서 그 후기에, 성경근본주의자들의 공격이 결과적으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만들게 하였다는 부분을 읽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 책은 성경근본주의자들의 집요한 공격이 없었다면 결코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과학서적인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도킨스의 망상>을 읽으면서 크게 실망한 부분 역시 있다. 바로 자신을 성경근본주의자들과는 별개로 놓는 장면이었다. <만들어진 신>이 탄생하는데 제일 큰 영향을 준 부류가 바로 성경근본주의자들이다. 이들이  미국 내에서 끊임없이 창조론을 교과서에 넣으려고 재판을 벌이고, 과학을 부정하기때문에, 그에 대한 반발로 무신론 역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맥그라스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 역시 그런 집단을 부정한다는 부분 한마디로 끝낸다.

사실 생각해보면 종교인 자체 내에서 그러한 문제가 있다면, 무신론자를  공격하기 앞서서, 혹은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순서상으로 맞는게 아니었을까? 성경근본주의자들의 주장이 날로 강해짐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그런 부류가 아니라는 말 한마디로 그친 태도야 말로 <만들어진 신>과 같은 무신론책이 탄생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만들어진 신>과 <도킨스의 망상>, 어떤 면에서는 공감이 가지만, 다른 점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생각하게 하는 책들이다. 또한 현재의 과학과 종교의 관계라는 점, 그리고 무신론과 유신론의 대립이라는 점등을  생각해게 하는 책이다.


ps. 그렇다면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어떠한 입장일까? 아마도 나는 또다른 진화론의 거목이었던 스티븐 제이 굴드의 입장에 가까울 것이다.

"과학과 종교는 서로간의 영역이 있으므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안타깝게도 굴드는 2002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이 두책을 볼 기회를 놓쳤지만, 만약 그가 살아있었다면 과연 그는 이 둘을 향해서 어떤 말을 하였을까?

ps2. 도킨스의 망상은 도서관에서 빌린거라 속표지를 못봤는데, 이제보니 만들어진 신을 모티브로 속표지를 만들었군요. 센스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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