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문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 사람은 오지 않는 곳, 그곳이 우리가 도망칠 곳이에요"(159쪽 중)

그대는 장례행렬을 본 적 있는가? 물론 현대적인 방식의 장례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본 도서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단어는 이러했다.

장례, 장래, 죽음과 삶, 운명과 혈연

시구문은 조선시대 세상을 등진 망자를 수레에 태워 나갈 때 지나가는 문으로 이용되었다. 주인공 기련은 시구문 주위에 앉아서 망자와 망자를 태워가는 사람이 지나갈 때 툭툭 몇 마디 던지고 용돈을 쏠쏠히 버는 무당의 딸이다. 그녀는 그의 어머니가 무당인 사실과 그 무당의 딸이 자신이라는 것을 못마땅해하면서도 무당처럼 점괘를 봐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가 전개되며 주인공 기련의 오랜 벗인 백주, 백주의 여동생 백희 그리고 우연찮게 도움을 받아 알게된 양반집 자제 소애 아씨가 등장하면서 서로의 삶과 고통, 죽음이 뒤섞이게 된다

백주는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애통함과 한스러움에 살아가는 사내이다. 백희는 그런 오빠가 자신에게만 엄격하게 굴어서 서운하지만 세상에서 오빠밖에 모르는 아이이다. 그리고 양반집 자제 소애는 신분에 관계없이 사람대 사람으로 다가갈 줄 안다. 백주는 창수댁이 하는 주막에서 품을 팔며 생계를 이어가지만 일당을 못받기 부지기수지만 아무 말도 못한다. 백희는 주인공 기련을 친언니처럼 따르며 기련과 오빠 백주와 자주 밥을 먹는다. 소애는 조선시대 아무개 왕의 환궁이후 아버지의 참수형이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하며 위기를 맞는다. 아버지를 참소하고 비난하여 죽음이란 형벌에 이르게 한 간신배의 집, 이 공간에서 백주와 백희, 기련, 소애가 처음으로 넷이 모이게 된다. 여기서 궁금할 것이다.

왜?? 간신배의 집에서 개연성도 없이 모이게 됐을까라고. 간신배의 아내가 상을 당하여 곡소리해줄 아이가 필요했는데 백희가 자신의 아버지가 영원한 잠을 잤다는 말을 듣고 한없이 울었다던 소문이 양반댁까지 퍼져서 곡소리 하러 가게된 것이다. 소애는 역적의 딸로 모함받아 간신배의 집 노비로 팔려가고 기련은 그런 소애의 안부가 궁금했고 백주는 기련과, 백희, 소애가 마주할 공동의 위험에 뛰어들어 그들을 구하고 절박한 부탁을 남기며 하늘로 날아간다

백희와 기련, 소애는 죽은 자를 내어가는 문으로 필사의 힘으로 달음박질하여 이윽고 도착한다.

시구문을 지나면 그들에게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미 그들은 소중한 사람들을 각각 장례를 치뤘다.

그들의 장래는 그들 삶으로 드러날 것이며 운명은 결국 혈연과 유대관계에 이길 수 없음을 알게될 것이다.

삶이 가볍지 않듯이 죽음도 가볍지 않으니 시구문은 조선시대 당시에 실존했던 문이지만

우리 마음과 생각, 관념안에 또다른 보이지 않는 문으로 현존하리란 상상을 해보았다.

무척...

이해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참았던 소리를 자연과 세계에 포효하는 사자처럼 내지르는 곳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으니 난 이렇게 시구문을 정의내리고 싶다.

모든 걸 내지르고 해방되고 싶은 곳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이야기.

시구문, 그 문을 이 서평을 읽는 당신도 열어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