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는 주제를 추측할 수 없지만 제목에 포함된 불확실한 ‘미래’라는 단어가 주는 기대감이 있었던 만큼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개
글을 처음 접했을 때 ‘동물들이 인간에게 전하는 경고 메시지’라니
학창시절 교과서에 수록되어 결코 가볍게 읽혀지지 않았던 <금수 회의록>이 떠올랐다.
책 표지를 열면 작가의 학력이나 수상 경력이 아닌 ‘밥하고 빨래 혹은
이불 팔며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이야기의 신이 내렸다… 그저 한바탕 꿈을 꾼 듯하다’는 작가 소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알고는 있더라도 잘못을 지적당하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아서 일까? 글의
시작부인 동물회의에서 도저히 구제할 여지가 없다고 산까치가 암사마귀에게 “인간보다 못한 년입니다.” - 동물에게 제일 심한 욕? -라고 날을 세운 문장은 읽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동물을 비하하는 여러 은유들도 새롭게 알게
되고 글의 호흡이 빨라지면서 점점 이야기 속에 깊이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소설의 주요 등장 인물은 자연이 없이는 인간도 생존할 수 없다는 신념을 지닌 환경 단체인 자연사랑회 사무국장
남정환, 그의 든든한 지지자인 신문 기자 이신숙, 시의회
의장이 되어 수봉산을 개발하여 땅값 상승으로 인해 수십억을 벌어들일 생각으로 사람들을 매수하는 현중만 시의원, 실직자가
되어 위험을 예감했으면서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현중만의 지시에 따랐다가 독사 떼에 물려 죽음을 맞이하는 최선우,
태어났을 때 하늘에서 꽃 비가 내렸고, 데려오던 길 모든 별빛이 일제히 쏟아져 수봉산을
지켜나갈 희망이라 여겼던 ‘꼬까선’과 ‘별까랑’으로 삶의 터전인 수봉산을 지키기 위해 여러 동물들이 인간들과
운명의 결전을 하게 되는데… 궁금하면 꼭 읽어보시기를.
비록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작가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반짝이는 표현들 – “누구든지 삶의 길은 순탄치 않다. 어려운 처지를 맞을 때마다 인내하며
희망을 가지고 사는데, 그럼에도 비우면 가벼워진다는 추상적인 불교의 진리가 가난한 그에게 낮달처럼 희미하게
느껴졌다. 세상의 모든 풍경이 허무와 슬픔으로 착색되기 시작한다”
35p
“별까랑을 보내고 나자 비로소 꼬까선은 자신의 가슴속에 시간의 법칙을
벗어난 사랑이 자라고 있음을 깨달았다. 간절함이란 이렇게 애타고 허전할 때 찾아오는 것일까. 꼬까선은 이별의 아픔을 겪는 순간, 별까랑을 향한 감정이 더없이
소중하고 간절한 사랑이라는 것을 깊이 느꼈다. 별까랑이 떠난 세상은 암청색 밤바다처럼 어두웠고 별빛마저
눈물처럼 글썽거렸다.” 56p – 도
만날 수 있다.
미래에서 온 전설을 짧은 시간에 읽고 보니 교육적인 차원에서 회자되는 환경 이야기가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녀와 함께 읽는 우화 소설’이 부제인데 몇 장의 그림이라도 삽입되었다면 아이들에게 조금 더 쉽게 권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323페이지이지만 B5의
작은 사이즈라 들고 다니며 읽기도 편하고 페이지당 글자 수가 적어 잘 넘어가는 ‘책장을 넘기는 맛’도 좋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