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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여자들은 세계를 만든다 - 분단의 나라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김성경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평점 :
이 책은 '태도'로 감명을 준다. 미디어에서 익숙하게 비쳤던 젠더화된 인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무감각에서 오는 비극적이고 자극적인 시선을 교정했다. 대신 '개인의 삶'과 경험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내면의 감정을 이끌어냈다. 아마도 이전 저서인 「갈라진 마음들」에서도 말하고 싶었던 내용이 상세하게 담겼던 것이 아닐까 싶다.
분단체제 아래서 한국사회는 우월한 위치에서 북조선을 대상화하곤 했는데, 그것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지점이 바로 북조선 여성에 대한 성애화된 담론인 것이다.
-「갈라진 마음들」 217p -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은 가족 경제 책임, 이주 노동, 타지에서의 연대는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 것이 아닌 온전한 그들의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즉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을 벗어나, 여성들 스스로가 행위의 주제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런 면모는 형용사 '이악한-'을 떠올리게 한다. "악착스럽다"라는 북조선식 표현으로, 1부에서 언급된 북조선 소설에서 "이악한 북조선 여성이 국가의 통제와 남성의 폭력을 뛰어넘는 존재로 형상화"(86p)하는데 쓰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회복해야 할 초월적 사고로 정의되어야 할 것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