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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작은 인어
루시아노 로사노 지음, 박재연 옮김 / 블루밍제이 / 2022년 2월
평점 :
파리의 작은 인어.
왠지 드라마 제목 같다. 에펠탑이 조금 보이는 뒷 배경과 함께 큰 분수 하나가 앞표지를 차지하고 있다. 파리의 이 곳 저 곳의 모습이 담긴 지도가 그려져 있는 면지는 여행을 막 시작하는 설레을 가져다 준다.
콩코드 광장에 있는 바다의 분수 모습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분수의 꼭대기에 있는 인어는 그곳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참 어색하다. 밤이 되면 분수에 사는 조각들은 바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작은 인어는 바다에 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하지만 다른 조각상들은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라며 핀잔을 준다.
어느 날, 한 엄마와 아들이 분수대에 찾아와 소원을 빈다. 우리나라에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바위, 분수, 두꺼비 등이 참 많다. 그곳에 가보면 동전이 붙여져 있거나 두꺼비 발의 색이 바래져 있기도 하다. 우리는 그곳에서 참 다양한 소원들을 빌며 꿈을 꾸곤 한다. 엄마와 찾아온 아들은 소원이 잘 떠오르지 않았고 그때 인어는 자기의 소원을 빌어다. 인어의 소원은 단 하나, 바다로 가는 것이다.
그날 밤 인어의 꼬리는 다리로 변하기 시작했고 인어는 세상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인어의 여정에는 파리의 명소인 튈트리 정원, 센 강 등이 함께 한다. 지나가며 만나는 모든 이는 원래는 자리로 돌아가길 권했지만 인어는 꿋꿋하게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간다. 그러나 인어도 어느 덧 힘이 들고 슬퍼진다. 그때 음악소리가 들렸고 인어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마침 지나가던 백조가 인어의 노래를 듣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바다'라는 목적지가 같음을 알게 되었다. 인어는 백조와 함께 바다로 가게 되었고 다리가 꼬리로 변할 때쯤 바다에 도착한다. 끝없이 푸른 물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인어는 정말 자신의 집에 돌아온 것 같았다. 그날 이후 인어는 매일 바다 깊은 곳에서 노래를 하며 지낸다.
나는 예전에 혹은 지금 어떤 소원을 가지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꿈을 이루고자 어떤 도전을 했으며 무엇으로 그 꿈을 꺾어야만 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평범하고 소소한 삶이 편하다고, 그저 보통이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나는 인어처럼 정말 간절한 것을 위해 걷고, 또 걸어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도 응원해 주지 않는 길, 어쩌면 정말 외롭고 힘든 길을 걸어갔던 인어는 평범하고 익숙하며 보통이 내 삶에 돌멩이를 하나 던진 느낌이였다. 뿐만 아니라 소원을 빌기 위해 분수에 동전을 던질 때 떠오르는 질문이 없더라고 걱정말라고, 더 간절하게 소원을 비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마지막 문장은 내가 아닌 다른 이의 꿈도 함께 응원해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두렵고 힘든 일이지만 설레고 벅찬 일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지만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것이 주는 설렘과 행복함을 느껴보고 싶다.
미국의 시인 윌트 휘트먼의 "보라, 저 끝없는 바다를!"이라는 말이 작가의 소개와 함께 적혀 있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