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을 끌기 위해 다른 방법을 동원했다. 상점들을 돌아다니며진열대 위의 토마토나 멜론 따위를 슬쩍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누군가의 눈에 띄도록 일부러 기다렸다. 주인이 나와서 따귀를 한 대 갈기면 나는 아우성을 치며 울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에게 관심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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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지역에 형성된 읍내에서 살던 페이는 작은 마을에서 도는 끊임없는 소문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런 소문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창문으로, 문틈으로 스며들어 오곤 했다. 엄마는 자신을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는 종류의 사람으로 묘사하곤 했다. 다른 사람이 엄마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 추측하기 위해 안달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집착적으로 노력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읍내 한가운데 있는 점잖은 엄마의집은 바로 옆에 네 채의 이웃집이 딱 붙어 있어서 아무나 맘만 먹으면 창문으로 들여다보고 흉을 잡을 수 있는 곳이었다. 페이는 갇힌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는 진이 페이를 벅스프키 꼭대기에 처음 데려갔을 때, 난생처음 저 아래 읍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그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경험을 맛본 순간의 엄마를 가끔 상상해 보곤 했다. 사람들은 아주 멀리 있었다. 산에 비해 보잘 것 없이 작고, 바람이 그들의 속삭임을 모두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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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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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떨치게 된 건 한 어린이 덕분이다. 어머니는아이가 신발을 갈아 신거나 급식을 먹을 때 느린 편이라 선생님이나 친구들한테 싫은 소리를 자주 듣는다고 하셨다.
그 뒤로 나는 그 어린이뿐 아니라 다른 어린이들에게도 자주 "천천히 해"라고 말하게 됐다. 생각해 보니 나도 어렸을때 빨리 하라는 말만 들은 것 같았다. 누가 천천히 하라고 했으면 조금은 안심이 됐을 텐데, 그런데 내가 어떻게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해냈을까? - P252

사실 천천히 해"는 내가 아는 가장 맺힌 데 없는 선배자주 하는 말이다. 퇴근길에 비가 오면 그 선배는 사무실-서 지하철역까지 꼭 후배들을 차로 데려다주었는데, 우리가차에 탈 때도 내릴 때도 늘 그렇게 말했다. "천천히 해." 나는그 말이 좋았다. 덕분에 차를 얻어 타는 게 미안하지 않고 고마웠다. 한편으로는 선배는 그런 말을 듣고 자라서 좋은 사람이 되었나 보구나 싶었다. 나중에 내가 "천천히 해"라고말하고 보니 나도 그런 말을 들어 본 사람이었다. 꼭 인생 초기에 자리 잡힌 대로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어린이에게 하는 말을 나에게도 해 준다. 반대로 어린이에게 하지 않을 말은 스스로에게도 하지 않는다.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그래야 나의 말에 조금이라도 힘이 생길 것 같아서다. 일의 결과가 생각만큼 좋지않을 때 괜찮다고,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다고 나를 달랜다.
뭔가를 이루었을 때는 마음껏 축하하고 격려한다. 반성과자책을 구분하려고,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어린이 덕분에 나는 나를 조금 더 잘 돌보게 되었다.
나는 예전에 ‘어린이는 어른의 길잡이‘라는 말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어린이를 대상화하다 못해 신성시하는 듯해서였다. 어른이 어린이를 잘 가르치고 이끌 생각을 해야지,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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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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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생각하지 않고, 애들은 다 그러면서 크는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믿는 것은 분명하다. 어린이를 울릴 수도, 울음을 그치게 할수도 있다고,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는 대상화된다. 어른이 마음대로 할수 있는 존재가 된다. 어린이를 사랑한다고 해서 꼭 어린이를 존중한다고 할 수는 없다. 어른이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기중심적으로 사랑을 표현할 때, 오히려 사랑은칼이 되어 어린이를 해치고 방패가 되어 어른을 합리화한다. 좋아해서 그러는 걸 가지고 내가 너무 야박하게 말하는것 같다면, ‘좋아해서 괴롭힌다‘는 변명이 얼마나 많은 폐단을 불러왔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린이를 감상하지 말라. 어린이는 어른을 즐겁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어른의 큰 오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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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이들의 존댓말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기로했다. 마음 같아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서로서로 존댓말을 쓰고 친한 사이에만 반말을 쓰는 세상이 되면 좋겠지만, 그런날이 오기 전까지는 어린이의 말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겠다.
고 다짐한다. 어린이가 표현한 것만 듣지 않고, 표현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겠다고, 어린이가 말에 담지 못하는감정과 분위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어른이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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