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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블로크 - 역사가 된 역사가
올리비에 뒤물랭 지음, 류재화 옮김 / 에코리브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학자들이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가끔 평전류를 내놓긴 하지만
성인이 돼서 진지하게 독서를 하려고 하면 한 인물에 대한 전기를 접하기란 쉽지 않다.
몇몇 인문출판사들이 외국 작가들의 전기를 번역해 내놓는 것이 그나마 정말 다행이다 싶지만, 그마저도 드문드문 있는 일이긴 하다.
농촌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의 저서들도 오래전부터 알려져왔고 또 번역돼왔지만, 그의 삶과 학문 전반을 치밀하게 파고든 전기라는 점에서 이 책은 남다르다.
흔히 그렇듯 한 사상가나 학자에 대해서 오로지 그가 쓴 저술만으로 그 학자를 알기 힘들때가 있다. 그의 학문이 형성된 배경이나 그의 삶, 그가 품어왔던 생각들과 당대의 상황들을 알지 못하면, 그 학문조차 제대로 접근하기 힘들다.
올리비에 뒤물랭이란 작가가 블로크에 대한 전기를 쓰려 하자, 주변 사람들은 "불가능"이라고 했다. 주변에 잘 알던 사람들 중 일부는 블로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기도 했고, 또 그 아들은 아버지의 생활에 대해 낱낱이 알고 있지 못해 완전한 증인으로는 자질이 부족했던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혹시나 왜곡될까봐 두려워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길을 택하진 않았다.
그건 블로크의 학문을 우리가 조명하고 있듯이
그 역시 현재 우리 시대에 진지하게 읽어야 할 역사가이며, 우리에게 현재 말을 걸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파고들어야 할 인물인 것이다.
블로크의 저서가 너무 방대해서 그동안 접하지 못했다면 이 책을 통해서 조금 알아본 후 그 저서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만큼 잘 씌어진 전기 한 편이 주는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