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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반역실록 - 12개의 반역 사건으로 읽는 새로운 조선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서평 ~ 조선반역실록/박영규]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한 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 <한 권으로 읽는 고구려왕조실록> 등 ‘한 권으로 읽는 역사’시리즈를 출간한 박영규 선생께서 역사 대중화를 위하여 <조선반역실록>을 출간하였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의하면, 반역(叛逆)은 1.나라와 겨레를 배반함. 2.통치자에게서 나라를 다스리는 권한을 빼앗으려고 함 이라고 되어 있고, 유의어로는 배반, 역적질, 반란 등이 있다.
박영규 선생의 <조선반역실록>은 조선시대 반역 사건들 중, 열두 개의 반역 사건을 통해 우리가 익히 알지 못했던 숨겨진 조선의 역사를 ‘반역’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바라보게 해주었다.
<조선반역실록> 책은 총 12개의 Chapter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래의 목차만 살펴봐도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1. 고려의 마지막 역적, 이성계
2. 아비의 역적이 되어 용상을 차지한 이방원
3. 이성계 복위 전쟁에 나선 조사의
4. 역적으로 몰려 죽은 태종의 처남들
5. 영문도 모르고 역적으로 몰려 죽은 심온
6. 단종을 내쫓고 왕위를 찬탈한 수양대군
7. 6진을 기반으로 조선을 차지하려 했던 이시애
8. 역적의 오명을 쓰고 죽은 남이
9. 시대를 잘못 만난 재사 정여립
10. 자기 꾀에 걸려 역적으로 죽은 허균
11. 천하를 삼 일 동안 호령했던 이괄
12. 경종의 복수를 위해 반역한 이인좌와 소론 강경파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역사는 정도전과 이성계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간악한 권력자들에 밀려 유랑 생활을 해야만 하는 정도전 자신의 처지와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승리를 거듭하는 장수였지만 변방 장수로만 머물러야만 하는 이성계의 처지가 서로 통하였고, 정도전과 이성계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한이 바로 역성혁명의 동지로 이어질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위화도 회군 이후에 이성계가 바로 조선의 왕으로 등극을 한 것이 아니었고, 우왕과 창왕을 거쳐 공양왕을 내쫓은 후에야 비로소 역성혁명을 성공하였던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이성계와 정도전이 오히려 정몽주 및 이색의 세력에 의하여 축출을 당하였고, 오히려 정몽주와 이색의 연합 세력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이방원이 정몽주를 죽임으로써 전세가 역전되었다.
조선은 고려의 마지막 역적인 이성계의 피 묻은 손에 의해서 세워진 나라이었는지, 그 후에는 그 아들인 이방원에 의해서 역성혁명의 주역들이 피를 보면서 죽게 되었다.
1398년 8월 26일 밤에 반역을 도모하여 세자(방석)를 죽이고, 세자의 형(방번)과 이성계의 부마(이제)를 죽였으며, 역성혁명의 주역이자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과 그와 뜻을 같이했던 남은과 심효생을 죽였다. 또한 정도전이나 남은과 친밀한 자들을 모두 도륙하였고, 자신의 친형(방간)과 시가전을 벌여 이긴 덕으로 세자의 자리를 차지하였으며, 마침내 왕위를 맡겨뒀던 둘째형(방과)을 압박하여 용상을 차지함으로써 반역에 종지부를 찍었다. 거사일로부터 무려 2년 3개월만에 성공을 거둔 셈이었다.
<조선반역실록>의 열두 개의 반역 이야기 중에서 다섯 개의 반역 이야기가 태종 이방원과 연관된 내용인데, 이 책에서는 당 태종 이세민과 비교하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국의 역대 나라에 태종이라는 묘호를 가진 이가 여럿 있는데, 당, 송, 요, 금 등에 있었다. 이 태종들은 모두 건국에 공로가 있었으나 황태자로 책봉되지 못하여 그 자리를 차지한 인물들인데, 그중에서도 당나라 이세민의 행적이 이방원과 가장 닮았다. 이세민은 당고조 이연의 차남으로서 건국 과정에서 많은 공을 세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원래 황태자는 아니었다. 이연은 장남 건성을 태자로 삼았는데, 세민이 태자 건성과 동생 원달을 죽이고 태자 자리를 차지하였고, 이어 황제의 자리까지 차지하였다. 또한 즉위 후에는 당나라의 기반을 닦고 국력을 강화하여 ‘정관의 치’라는 말로 후대에까지 정치의 모범이 되었다. 이방원 역시 이세민처럼 건국에 공로가 있고, 태자를 내쫓고 형제를 죽였으며, 왕위를 차지하였다. 또 즉위 후에는 조선 왕조의 초석을 다지고 국력을 강화했으니, 이런 정치의 모든 과정들이 이세민과 꼭 닮았다 할 것이다.
<역사저널 그날 1~8권>, <역사 ⓔ 1~5권> 책 등을 통해서 나름 역사 공부를 한다고 했음에도, <조선반역실록> 책을 통하여 이성계의 큰 아들(방우)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던 이야기, 조사의를 통해서 태조가 다시 복위하려 했던 이야기, 허균과 정여립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등은 처음 접하였던 같다.
열두 개의 반역 사건 중에서 태조, 태종 그리고 세조는 성공한 반역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실패한 반역 중에서 민무구 형제, 심온, 남이, 정여립, 허균 등은 실제 반역을 도모하였는지 여부는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당시 정치상황의 희생양이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
박영규 선생은 “반역은 새로움에 대한 갈망에서부터 비롯된다. 반역은 그 시대를 부정하고, 다른 시대를 꿈꾸는 일이며, 다른 권력을 생산하는 일인 까닭에 그렇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중종반정, 인조반정 그리고 홍경래의 난 등이 <조선반역실록> 책에 빠져 있어서 살짝 아쉬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역사를 ‘반역’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새롭게 바라 볼 수 있는 <조선반역실록> 책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