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내 책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난생처음 시리즈 4
이경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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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얼리어답터 같은 사람과는 아주 거리가 먼 채 살아왔다. 대충 남들 다 쓰고 있으면 이제 나도 좀 써볼까 하는 베리슬로어답터로 살아왔다. 그 흔했던 삐삐를 가져 본 적도 없고, 휴대전화도 남들이 다 쓰고 다닐 때 겨우 장만했다. 주변 사람들은 몹시 답답했지만(특히 우리 부장) 나는 하나도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좋았다. 내비게이션도 사람들이 더 이상 약도를 알려주지 않을 때까지 사용하지 않았다. 책도 그중의 하나다. 아내는 집이 몹시 어수선하다면서 이제 책은 다운로드해서 보라고 성화다. 그럴 때마다, 눈이 아프다, 종이책으로 봐야 ‘맛’이 난다며 집안을 계속 어지럽히며 살아왔다. 그러던 내가 난생처음 책을 다운로드해봤다.


왜 안 하던 짓을 했을까.


며칠 전 브런치를 뒤적거리다가 편집자를 업으로 갖고 계신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요즘 출간에 관심이 많아진 탓인가. 완전 몰입해서 몇 꼭지를 순식간에 읽었다. 물론 댓글도 달고.

작가(지망생)는 출판사로 투고를 하고 편집자는 그걸 잘 검토해서 출판 유무를 결정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양반 ‘꼭 같이 일하고 싶은 작가’에게는 먼저 다가가서 말은 거네. 몹시 부러웠다. 투고만 30군데 보내고 열몇 번의 거절과 열몇 번의 ‘읽씹’을 경험한 나로서는 몹시도 부러웠다.


도대체 어떤 작가이길래...궁금증, 호기심, 질투가 스멀스멀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편집자님의 구독자 중 ‘이경’이라는 이름을 기어이 찾아내고 브런치를 탐독한다. 일단 구독자수는 내가 많다. ㅎㅎ이게 뭐라고 나이 오십에 이렇게 유치할 수가 없다.

오호... 책을 네 권이나 출간하신 ‘넘사벽’ 작가이시다. 브런치에 있는 글로는 진면목을 알기엔 너무 부족했다.


다음날 다른 책을 사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서점에 갔다. 내가 나한테 핑계를 대고 있으니 이 또한 한심하다. 사려고 했던 책을 일찌감치 사서 손에 들고 서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찾았다. <작가의 목소리>. 책 쓰기를 빙자한 에세이인데 너무 술술 읽힌다. 미안하게도 그만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아니 이러면 안 되는데... 잘 쓴다. 부럽다.

브런치에 구독을 신청하고 살그머니 댓글도 달았다.


다음날 작가의 이전 글이 읽고 싶어 알라딘을 찾아보니 전자책도 출간되어 있다. <난생처음 내 책>. 그래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는 법이지. 안 하던 짓을 해보았다. ‘난생처음’ 책을 다운로드해봤다. 억지스럽지만 뭔가 댓구를 맞춘 거 같지 않은가.


글을 쓰고, 투고를 하고, 편집자를 만나고 책을 만들었던 일들을 담백한 말로 써 내려갔다. 편집자와의 즐거웠던 첫 미팅, 출판사에서 집으로 가던 길에 보이던 바깥 풍경에 왠지 모를 아름다움(?)을 느끼고 가족을 데리고 다시 그곳을 찾은 이야기가 좋았다. 슬쩍슬쩍 만만치 않은 독서량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힘을 빼고 가을날 어슬렁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편집자의 역할과 책을 만드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이제 그만)


원래 계획은 사려고 마음먹었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 하는 건데, 그만 딴짓을 하고 있다. 뭐 아무렴 어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사족을 붙이자면... 책은 역시 종이책이다.(나는 역시 옛날 사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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