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다니엘 포르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매 페이지마다 죽음이라는 단어나 이미 죽은 사람들,
실제로 주인공의 곁에서 일어나는 사고나 살인사건,
혹은 흔히 쓰는 단어들 속에 감춰진 죽음의 의미 등
갖가지 언어유희를 구사하며 정말로 한 페이지에 '죽음'이라는 것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그런데 이 죽음들이란 게 의미가 있기도 하고 때로는 말장난에 불과할만큼 의미가 없기도 해서
점차 읽어나갈 수록 죽음이라는 단어는 희미해진다
죽음과 관련된 단어들이나 의미가 등장할 때마다 굵은 서체로 강조되어있음에도 말이다
마치 우리 삶 같다.
죽음이 도처에 깔린 삶을 살면서도 너무 쉽게 삶과 빛, 소중한 가치들을 잊어버리게 되고
나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여겨지게 되는 게.
작가는 왜 매 페이지마다 죽음을 배치해놓았을까, 또 이책의 제목은 왜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일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한번씩은 다들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데.
아마도 작가는 '삶'을 이야기 위해 이 책의 매 페이지마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심어놓은 게 아닌가 싶었다.
당신의 바로 옆에, 이렇게나 가까이 죽음이 당신 곁을 스치고 지나간답니다.
삶을, 혹은 당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 듯한.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일수밖에 없으니, 일종의 경고랄까 충고랄까 뭐 그런.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주변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죽음이 너무 쉽게 스쳐지나가는)이
결국엔 죽음과도 같은(어쩌면 이미 죽었다고 생각되어지는) 일상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있는 것으로 회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가볍게 말하기는 죽음에 관해 말하면서도 무게가 투명한 느낌이라 결국엔 나름의 현실로 와닿는다
1억유로짜리 복권에 당첨될지라도, 하필이면 그 회차의 당첨자가 많이 나와서
결국엔 1000유로도 손에 안떨어지는 소설속의 소설가처럼
손에 쥐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허탈한 웃음, 삶이 뭐 크게 다르진 않으니,
정말로 중요한 게 뭔지 한번쯤 돌아볼 일인지도.
작가의 말마따나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두려움이지 도덕이나 양심이 아니라면' 더더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