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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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멋지다 라는 생각을 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휴머니즘에 기초한 비판이란.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착안해
쓰여진 이 책, <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는
18개의 편지글 형식으로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즉 진보, 비판, 신념에 대해 묻는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일종의 답글이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이 평생 지켜오고 비판해왔던 것이 무엇인지,
말로만 하는 비판이 아니라 그가 몸소 최전방에서 부딪히며 싸워왔던 것들에 대해
당당하게 자랑한다
책을 읽다보니 그가 왜 이 시대 최고 지성 중 한명으로 꼽혔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관념적인 이야기들을 어찌나 간결하고 명쾌한 문체로 이야기하고 있는지
마치 눈앞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는 듯 책을 읽는 내내 그의 이야기에 빨려든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이야기를 대중의 광기나 애국적 정서 속에 휩쓸리지 않고
(가령 1차세계대전, 보스니아 내전, 드레퓌스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옳은 목소리는 있었고, 그 목소리가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간다는
그의 신념이 그로 하여금 목숨의 위협 속에서도 끊임없이 비판을 할 수 있게 했다)
어떻게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그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자

"자네의 주장을 확실히 말함으로써 무릅써야 할 위험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위급한
상황과 비교하면 별 것 아니라는 걸 반드시 기억하게."

"오늘이야말로 세상이 내 목소리를 들어줄 바로 그날이다."-제임스 캐머런


나로 말하자면 결코 진보는 아니고, 히친스가 백치로 비유하는 종교 무리에 속한 사람이지만
꽤 유쾌하게 조금은 안쓰럽다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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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우물, Jesus - 웅덩이 믿음인가, 우물 믿음인가
마크 홀 지음, 최요한 옮김 / 두란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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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물과 웅덩이의 차이는?

우물은 살아있는 물이고 웅덩이는 죽어있는 물이다
흐르지 않고 고인 물은 썩는 법이니까.
이 책은 이렇듯 하나님의 사람이 세상으로,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흘러가
살아있는 우물물을 건네주자고 말하는
쉽고 명료한 상징과 이야기가 있는 책이다

읽는 내내 저자가  목사님 맞아? 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마크 홀 목사님은 유쾌하시고 개그 본능도 강하시고 음악을 하시는 만큼
감성도 풍부하시고 위트도 넘치신다
그리고 주옥같은 말씀들~

이 책은 무엇보다도 크리스천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일하게 주일 예배만 드리면서 주님 믿네, 라고 말하는 크리스천들에게
당신의 믿음은 고여 썩고 있지 않은지 웅덩이에 매일매일 두레박을 내리며
우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있기 때문이다

웅덩이 믿음과 우물 믿음.
저자는 예수님을 나의 우물로 삼는 5단계를 설명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얘기, 날마다 말씀 묵상하고 기도하고 회개하고
인도하심을 따라 믿음으로 행하며 제자 삼으라는)
웅덩이 믿음을  우물 믿음으로 바꾸는 법을 보여준다

아멘하고 읽으면서도 여러모로 회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팍팍하고 건조한 믿음 생활, 나는 날마다 헛되이 어떤 웅덩이에서
두레박을 열심히 길어오르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우물이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자만심과 이기심, 안일함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환상은 아니었을지,내 스스로 만들어낸 웅덩이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하나님을 좀더 적극적으로 사귀기위해 말씀 묵상에 깊이를 더해보리라'
작정한다.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또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순종하기로 작정할 수 있'으니까.
정말로, '작정' 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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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들
필립 지앙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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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이란다.
참 쉽게 읽히는데 읽고나서는, 아니 막상 서평을 쓰자니 참 어렵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그만큼 주제가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외도, 다툼, 그리고 하필이면 용서를 구하고자 했던 그날,
눈앞에서 딸과 함께 눈앞에서 붙에 탄 채 죽는 아내.
남은 건 소설가인 아버지와 엄마의 일기를 읽은 작은 딸.
그리고 두 부녀가 살아내야 할 시간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은 과연 누굴까?
나는 이 작품을 1차원적으로 읽어내고 싶진 않다
아내와 딸의 끔찍한 죽음이 외도에 대한 형벌이라는 식의.

오히려 용서를 해야 할 사람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도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있는 것조차 용납하기 힘들어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사람들의 삶마저
파괴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배우인 딸은  자신의 대중적 인기를 위해 납치당했다는 자작극을 벌이며
대중과 아버지를 속이고
아버지는 재혼한 능력있고 아름다운 아내 쥐디트의 외도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관계를 파국으로 이끈다
그에게 있어 '소설'이란 자신을 지키기위한 엄폐호다

그리고 여기에 유사한 또다른 관계가 등장한다
딸의 실종때문에 그가 고용한 고등학교 동창여자와 그녀의 아들.
아들은 어머니가 레즈비언이 된 것을 용서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부재를 쉽게 그 그림자에 묻어버린다
그녀가 죽는 순간에조차 곁을 지키지 않고 도망가버릴만큼.
이 아들이 유일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상대는 강아지.

작가는 '용서'의 가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소설 말미에서 어떻게 되는지
참 끔찍하게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쉬우면서 어려운 가치, 용서.

<베티블루>의 원작자,필립 지앙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적 이야기들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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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다니엘 포르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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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매 페이지마다 죽음이라는 단어나 이미 죽은 사람들,
실제로 주인공의 곁에서 일어나는 사고나 살인사건,
혹은 흔히 쓰는 단어들 속에 감춰진 죽음의 의미 등
갖가지 언어유희를 구사하며 정말로 한 페이지에 '죽음'이라는 것들이 하나씩 등장한다
그런데 이 죽음들이란 게 의미가 있기도 하고 때로는 말장난에 불과할만큼 의미가 없기도 해서
점차 읽어나갈 수록 죽음이라는 단어는 희미해진다
죽음과 관련된 단어들이나 의미가 등장할 때마다 굵은 서체로 강조되어있음에도 말이다
마치 우리 삶 같다.
죽음이 도처에 깔린 삶을 살면서도 너무 쉽게 삶과 빛, 소중한 가치들을 잊어버리게 되고
나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여겨지게 되는 게.

 

작가는 왜 매 페이지마다 죽음을 배치해놓았을까, 또 이책의 제목은 왜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일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한번씩은 다들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데.
아마도 작가는 '삶'을 이야기 위해 이 책의 매 페이지마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심어놓은 게 아닌가 싶었다.

당신의 바로 옆에, 이렇게나 가까이 죽음이 당신 곁을 스치고 지나간답니다.

삶을, 혹은 당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놓치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 듯한.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일수밖에 없으니, 일종의 경고랄까 충고랄까 뭐 그런.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주변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죽음이 너무 쉽게 스쳐지나가는)이

결국엔 죽음과도 같은(어쩌면 이미 죽었다고 생각되어지는) 일상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있는 것으로 회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가볍게 말하기는 죽음에 관해 말하면서도 무게가 투명한 느낌이라 결국엔 나름의 현실로 와닿는다
1억유로짜리 복권에 당첨될지라도, 하필이면 그 회차의 당첨자가 많이 나와서

결국엔 1000유로도 손에 안떨어지는 소설속의 소설가처럼
손에 쥐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허탈한 웃음,  삶이 뭐 크게 다르진 않으니,

정말로 중요한 게 뭔지 한번쯤 돌아볼 일인지도.

작가의 말마따나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건 두려움이지 도덕이나 양심이 아니라면'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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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구스타프 말러를 만나다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를 만든 역사적 만남들 휴먼테라피 Human Therapy 34
이준석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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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정신분석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참 읽기 쉽고 편하며,
재미있게 연대기순으로 에피소드로 나열한 흥미로운 책이다
마치 평전을 보는듯 자세하고,또 그 발달 과정에서 당대의 유명인들, 혹은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성취를 한 사람들에게 정신분석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자세히 소개되는 형식이라, 읽는 이들에게는 더욱 새로움으로
다가올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저자가 사실 이러한 구성 형태를 취한 덕택에
그저 단순히 비과학적으로 느껴지던 최면의 낯섬과
이질감이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아 이런 단계에 최면이라는 분야가 위치하고 있구나
일목요연하게 파악되기도 하고
프로이트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 있는 전통정신분석학계에서 
축출되었다가 다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코헛의 자기 심리학이 더욱 의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공감'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자기 심리학은 너무 매력적으로 와닿아
더 깊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리학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비인간적이 되어버렸습니다.
비 인간적인 심리학을 살아 숨 쉬며 감정을 가진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영역으로 되돌리는데 '공감'이 꼭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점점 비인간적인 세태로 치닫는 세상에서 인간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공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프로이트가 나치를 피해 오스트리아를 떠나던 새벽,
기차 플랫폼에서 손을 흔들어 프로이트를 배웅했던 이름모를 그 청년, 코헛.
그는 공감의 의미를 다음과 정의한다.
첫째, 마음을 읽는 도구
둘째, 마음과 마음을 잇는 매듭
샛째, 마음의 영양소

뭐랄까, 프로이트 해석만으로는 늘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자기 대상, 자기 분석,
코헛의 이론은 그 간지러웠던 부분, 목마르던 부분을 긁어주었다고 할까.

'무의식계로 억압된 욕동을 다시 의식계로 끄집어내는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항상 벽에 부딪혔는데,이런 벽을 프로이트는 저항이라고 불렀다.이런 욕동과
저항에 대한 분석이 전통 정신분석 치료의 종착역이었다.
반면 말년의 코헛은  '저항'이란 정신분석이 '자기'의 안정상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안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즉, 전통 정신분석에서
'저항'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기의 방어'이며, 그것은 적응적인 측면이 있으며
소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모순되는 심리학 이론들이 필요했을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을 저자의 이책은 
그 길을 매스머의 최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하인즈 코헛의 자기심리학
이라는 각각 같은 길이지만 다른 갈래에 서있는 학문들을 통해 보여주었고
결과적으로 꽤 설득적이었다.
한번 읽어들 보시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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