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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들
필립 지앙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원제가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이란다.
참 쉽게 읽히는데 읽고나서는, 아니 막상 서평을 쓰자니 참 어렵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그만큼 주제가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외도, 다툼, 그리고 하필이면 용서를 구하고자 했던 그날,
눈앞에서 딸과 함께 눈앞에서 붙에 탄 채 죽는 아내.
남은 건 소설가인 아버지와 엄마의 일기를 읽은 작은 딸.
그리고 두 부녀가 살아내야 할 시간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은 과연 누굴까?
나는 이 작품을 1차원적으로 읽어내고 싶진 않다
아내와 딸의 끔찍한 죽음이 외도에 대한 형벌이라는 식의.
오히려 용서를 해야 할 사람들은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도 용서하지 못하고
살아있는 것조차 용납하기 힘들어서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사람들의 삶마저
파괴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배우인 딸은 자신의 대중적 인기를 위해 납치당했다는 자작극을 벌이며
대중과 아버지를 속이고
아버지는 재혼한 능력있고 아름다운 아내 쥐디트의 외도를 끊임없이 의심하면서
관계를 파국으로 이끈다
그에게 있어 '소설'이란 자신을 지키기위한 엄폐호다
그리고 여기에 유사한 또다른 관계가 등장한다
딸의 실종때문에 그가 고용한 고등학교 동창여자와 그녀의 아들.
아들은 어머니가 레즈비언이 된 것을 용서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부재를 쉽게 그 그림자에 묻어버린다
그녀가 죽는 순간에조차 곁을 지키지 않고 도망가버릴만큼.
이 아들이 유일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상대는 강아지.
작가는 '용서'의 가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소설 말미에서 어떻게 되는지
참 끔찍하게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쉬우면서 어려운 가치, 용서.
<베티블루>의 원작자,필립 지앙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적 이야기들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