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동물원-'이 시대의 실직자들을 위로함'

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이 시대의 실직자들을 위로함'이라는 부제를 달아도 좋을 <굿바이 동물원!>
은 삶을 지탱하기 위해 동물원에 동물로 취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물의 가면을 쓰고 동물이 되어 동물우리 안에서 동물인 척 연기하는 사람들.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보자면 얼마나 슬프고 비통한 이야기인지.
그러나 이 소설은 이 상황을 경쾌하고 가볍게 끌고 나간다
슬픈데 슬프지 않고 아픈 곳을 헤집거나 쑤시지 않는 점은 분명히
이소설의 큰 장점이 될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가벼운 터치가 때로는 독자의 몰입이나 카타르시스,
공감을 자아내는 지점에서 방해가 되는 것도 같다.
깊이에의 결여랄까, 심각함의 회피랄까 하는 정서가 어느 지점에선 무너져서
독자를 확 끌어들였음 좋겠다는 아주 개인적인 아쉬움이랄까.
이를테면 해고 통지를 받고 울러 화장실에 갔는데 비어있는 화장실이 없었을 때의
예민한 장면 묘사 같은 것들이 몇 번 더 나와줬으면 하는 욕심과 기대가
꼬리를 살짝 내려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 이런 일이!'류의 흥미로운 설정을 현실의 독자들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은  꽤 성공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설정을 통해 작가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들, 그리려고 했던 그림들이
충분히 그려졌다.
인간과 동물을 이렇게 가깝게 그리던 작가가 있었던가 싶게 알레고리도 훌륭하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다만 뒷부분에서 동물원에서 일하던 동물들이 정말로 야생의 세계로 떠나버리는 지점이
꽤 묵시록적이었음에도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거나 공감이 되지 않았던 것은
역시나 위에서 말했던 가벼움에 관한 문제는 아닐런지.

금방 읽었다. 책을 덮으면서, 난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