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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유령들 - 금지된 욕망의 봉인을 푸는 심리 르포르타주
대니얼 버그너 지음, 최호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욕망,이 단어가 금기어처럼 숨겨져있다가 사회로 얼굴을 빼꼼히
내놓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됐을까.
더욱이 보수적인 사고방식이 깊이 각인되어있는 우리나라에선
욕망이란 단어는 여전히 불길하고, 두려우며, 비밀스러운 냄새를
물씬 풍긴다.
자, 여기 <욕망의 유령들>이란 르포르타주 형식의
아주 노골적인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 욕망은 성에 관한 부분이고, 내용은 역시나 기대했던 바를 벗어나지 않는
결코 노멀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특정부위에 집착하고, 그런 자신을 괴로워하고,
고통을 통해서만 오르가즘에
도달해서, 불위에 3시간 동안 구워지는 그들만의 축제,
3,40년을 보호관찰을 받으며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결코 갈 수 없는 소아성애자,
사지절단된 몸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 등
이들의 욕망은 너무 처절하다
약물 투여등을 통해 스스로 욕망을 거세시킬 만큼, 이들에게 욕망은
(물론 즐기는 사람도 있다!)
절실하고, 끔찍하다.
어느날 뜬금없이 이들을 사로잡은 이 욕망에 대해 작가는 과연
우리가 가치판단이나 정죄를 할 수 있겠는가 묻는다
식욕이나 잠자고 싶은 욕구와 나란히 놓고 생각해본다
욕구 충족에 따른 쾌락의 의미도 생각해본다
보통의 노멀한 욕망을 당연시여기며 사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공감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내용, 맞다.
욕망이 그들이 저지른 범죄에 면죄부가 될 수 없는 것도 맞다.
그러나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이런 책들은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안겨준다
어떤 욕망은 인간의 문명을 발전시켰고
어떤 욕망은 인류를 종속시켜왔으니까.
노멀과 앱노멀 사이의 경계는 깜짝놀랄정도로 흐릿하다
욕망 자체만 놓고 본다면 욕망은 선도 악도 아니겠지만,
누구든 어느날 어떤 계기로 넘어설 수도 있겠지만,
더이상 어떤 특정한 욕망들이 그림자처럼 유령처럼 웅크리거나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커밍 아웃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겠다 싶기도 하다.
의견을 말하기 참 미묘한 주제이긴 한데
그래도 드러내놓고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법이나 조롱, 경멸로 억압하는 것보다 오히려 이들의 욕망 콘트롤에 그나마 희망을
엿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입맛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