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춘의 문 2 - 자립편 ㅣ 청춘의 문 2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박현미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1, 2권 합쳐 1000페이지가 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떠오른 건 우리나라에만 유독 기형적으로 발달한 단편 소설이 시대를 넘어 성취해낸 미학의 위대함이었어요. 장편소설을 읽지 않으신다는 김윤식 평론가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지만, 이 작품에 관한 한 매우 공감하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아주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로 이렇게 긴 분량을 쓴 작가의 노력에는 정말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지만, 또한 보건대 3편, 4편이 계속 출판될 듯 싶지만,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선 작가의 화려한 전력에 못미치는 작품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간결한 문장들, 그러나 “먹자.” “응.” 식의 낭비되는 대화들. 성적 묘사로 흡입력을 만들어내지만, 그 사이 사이 때때로 이때쯤 고민 한번 해줘야지 하는 식으로 자신의 고민을 언급하는 주인공. 그러나 절실함은 전혀 묻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생각난 듯이 자신이 처한 상황이 떠오르고 자신의 삶에서 무얼 원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자각이 들고, 다시 깊이있는 고민이나 방법의 모색 없이 그저 주변 인물과 다시 상황에 매몰리는 에피소드의 반복.
세계 유수의 성장 문학을 접해봤지만, 이 작품의 부제인 <자립>이 무색하게 소설 속 어디에서도 주인공이 홀로 선다거나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거든요.
경제적인 독립을 이뤄냈다고 해서 인간이 홀로 설 수 있는 건 아니죠. 소설 속의 주인공은 그냥 상황 상 내몰렸을 뿐, 부모의 죽음이나 고향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생활에 부닥쳤는데도 무엇 하나 자신의 의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말입니다. 주인공의 갈등의 깊이가 묻어나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정말 한번 더 생각해볼 문장 하나 없이, 술술 잘 넘어가는 페이지들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단편은 단편의 미학이 있고, 장편은 장편의 미학이 있지요. 웅대한 청춘의 문을 상상했던 저로선 기대가 컸던 만큼 정말 아쉬움이 컸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