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eee 사랑하고 싶다
타오 린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젊음이란 게 무얼까.이 소설을 읽고 난 일감이에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이 소설은 과거도 미래도 없다고, 오로지 현재뿐이라고, 그래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앤드류의 이야기이자, 이 시대 젊은이들의 자화상 같은 이야기에요.

첫 챕터까지만 인내해서 읽을 수 있다면, 그 다음부턴 쉽게 술술 잘 읽혀요.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이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대로, 모든 시간과 사건이 현재에서 일어납니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 적당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소설을 쓰고 싶지만 자괴감에 빠져 그냥 하루하루를 미래가 없다고 절실히 느끼면서 무력하게 살고 있죠. 지겨워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지겨워가 아닌 다른 말을 할 때면 약간 떨리면서 검열을 당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말이죠. 연애도 마찬가지. 새러라는 여자친구와의 이별 후유증도 가뜩이나 불안한 젊음을 한층 더욱 가속시키죠.

하지만 그 젊음 안에 슬프게 배어든 절망과 외로움과 아픔은 세상을 증오하고 비웃고 닥치는대로 죽이고 싶어하면서도 또다른 한편으로는 아름답게 포옹합니다.

가령, 학창시절, 원형탈모증이 있던 선생님을 꼭 안아주고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던가 하는 일들로요.

또한 얼굴들이 싫다고 하면서도 새러만 빼놓고, 라는 단서를 달아 세상 모든 얼굴이 새러의 얼굴이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러면 무시무시하겠지만, ‘만약 외계인들이 새러처럼 생겼다면 앤드류는 그들을 안으면서 평온함을 느낄 것’이라고‘, 무기력함과 절망의 밑바닥에 세상을 포옹하는 방법을 깨닫는 순수하고 따뜻한 감수성이 빛납니다. 소설이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이런 장면을 만날 때면 책읽기가 즐거워지죠. 이러한 작가의 세계관 때문에 제목이 인지도 모르겠어요.

작가도 젊고, 소설도 젊고, 아직 덜 익은 풋사과를 배어 문 느낌이지만, 때로는 이런 것도 괜찮지 싶어요.


「슬픔은 분홍빛 숲 같았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나무들이 듬성듬성해지다가 마침내 들판으로 변해버리는 숲. 돌고래들은 홀로 그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때때로 슬픔은 얼굴에 갖다 댄 칼날 같았다. 그럴 때면 돌고래들은 울었고,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다.」


분홍빛 숲같은 그 젊음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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