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평전 - 시대를 거역한 격정과 파란의 생애
허경진 지음 / 돌베개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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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은 어려서부터 총명했다. 11살에 문리(文理)를 알았고 틈틈이 시를 지었다. 20대말에 과거에 급제하면서부터 벌써 중국에 외교관으로 여러 차레 파견되었고 그럴 때마다 몇천권씩 책을 사왔다. 그는 책벌레였다. 우수한 서얼들이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는 부조리를 고치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는 마침내 혁명을 시도한다. 자유롭고 만인평등의 세상을 꿈꾸었지만 당시 조선사회의 벽에 부딪쳐 실패하고 말았다. 안타까운 한 영웅의 삶을 이 책을 통해 간접체험해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아주 감명깊게 읽은 책이다. 아래에 이 책에서 한두 군데를 뽑아 적어본다:

 "남녀간의 정욕은 하늘이 주신 것이요, 인륜과 기강을 분별하는 것은 성인의 가르침이다. 하늘이 성인보다 높으니, 나는 차라리 성인의 가르침을 어길지언정, 하늘이 내려주신 본성을 감히 어길 수는 없다."(126-7쪽. 허균; 이식/안정복의 기록)
 

먼길 나그네 시름겨워 잠도 못 드는데

초가을의 서늘함이 구레나룻 사이로 스며드네.

기러기 소리는 하늘 밖으로 멀리 사라지는데

벌레 울음 소리는 밤 깊어갈수록 더욱 슬퍼라.

공훈을 세우기에는 때가 벌써 늦었고

고기잡이나 나무꾼이 되려 해도 또한 늦었다오.

일어나 내다보니 은하수가 한 바퀴 돌았고

새벽 나팔 소리가 성벽을 울리네. (138-9쪽)

 

허균은 한때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인생무상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결심했다.'

임금이 맡기신 일만 끝내고 나면

벼슬일랑 내던지고 산 속으로 돌아가리라.

학 탄 이에게 물어보노니

내게도 신선 세곌 허락할 건가. (136-7쪽)

허균은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여생을 보내고자 했지만 그러기 전에 당시의 조선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시켜 만인평등의 자유롭고 열린 사회로 재건하려는 혁명에의 의지를 실천에 옮기려다 실패하고 말았다. 그는 1618년 8월 24일에 저자거리에서 처형당한다: 그의 나이 50살이었다. 그러니 그는 '되어가는 대로 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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