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가 마르탱 파주가 비거니즘에 대해 쓴 에세이를 묶은 책입니다. 재기발랄한 문체와 날카로운 문제 의식이 가득하지만 쉽게 읽히는 짧은 글 모음입니다. 아주 솔직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얼마나 솔직한지 예를 들어 볼게요. 저자가 비건이 되기 전 유제품을 먹는 락토오보 채식인일 때, 친구가 치즈가 사실은 우유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린 송아지의 소화 효소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요, 그는 그 사실을 말해준 친구를 “죽이고 싶었다”고 고백합니다. 치즈를 먹는 기쁨을 앗아갔기 때문이죠. 사실을 알게된 이상 치즈를 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차츰 완전 식물식을 하는 비건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비거니즘의 개념부터 설명합니다. “‘비거니즘veganism’은 동물성 식품과 동물을 착취해 만든 제품 일체를 소비하지 않으면서 동물 해방을 위해 노력하는 철학이며,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도 이 땅에서 살아가도록 자리를 내주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삶의 한 방식이자 세상을 바꾸는 정치적 운동이다.”비거니즘에 대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고, 채식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와 지식이 실려있습니다. 채식인들이 흔히 듣는 질문과 비난들도 엿볼 수 있어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시행착오를 통해 서서히 비건이 되어간 감수성이 예민한 작가의 자기 고백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