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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
김민철 지음 / 창비 / 2023년 5월
평점 :
당신에게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인가? 인민에게 주권이 있다는 민주와 인민에 의한 통치를 의미하는 민치를 구분않고, 민주주의라 하며 이 두 개념을 구분 않고 사용해오진 않았는지? 엄연히 다른 두 개념을 제대로 구분하고 그간 사용해온 민주주의의 민주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아는 순간 소위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이 설명되기 시작한다. 도대체 민주주의 정점에 있다는 미국의 투표제도는 왜 다수 인민을 배제하는지, 민주주의의 산실이라는 영국에서 왜 여전히 왕정이 유지되고 있는지 말이다.
그간 사용해온 민주주의에서 민주는 사실 '민치'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되었고, 이러한 민치는 유구하게 사상가들이 배척한 것이었다.
훈련되지 않은 인민들이 행하는 통치는 어리석고 멸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했기에 주권이 인민에게 있다할지라도 인민이 통치를 하게 둘 순 없었고, 이는 투표, 선거 등의 귀족정 체제의 장치를 도입한 대의제로 나타난다. 미국의 정치 형태가 바로 이를 적확히 보여준다.
이를 알 때 현재의 대의민주주의가 주권자의 뜻을 대리하는 이를 국회 등으로 보내 인민의 뜻을 받들 게 하는 듯 생각하게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 이유가 밝혀진다. 애초에 인민에 의한 통치는 위험하다고 여겨왔기에 철저히 이를 막아왔고 이로 인해 정치 진입이 소위 엘리트 계층에게만 허락되며 인민과 유리된 통치가 시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바로 아는 것부터 지금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238쪽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부분을 보면 왜 자유민주주의를 언급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유주의자들은 주권 이론과 투표를 떼어놓는 이론을 만드는 한편, 기존의 민주정 개념에 새겨진 급진적 전망을 모두 씻어"낸 것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가 탄생했"고 "의도되고 실현된 것은 민주주의의 무늬를 띤 투표제 위에 수립된 자유주의 정부였다. 그런 점에서 자유민주주의보다는 차라리 투표자유주의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는 부분을 보며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자유, 민주를 가져왔지만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는 말이 가진 힘을 줄이는 것이었기에 "자유주의자들은 투표의 의미를 주권 행사가 아닌 의사 표명으로 바꿨고, 이로써 민치뿐 아니라 민주라는 의미조차 삭감하려고 시도"한 것이 납득된다.
여기서 물어야 한다. 그들의 엘리트 정치는 과연 옳은가? 248쪽의 다음 문장으로 답하자면, "인류의 과거사는 우리에게 엘리트의 통치도 인민의 통치만큼이나 불완전했으며 어떤 지식도 영원불멸의 진리로 입증된 적이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러하다. 지금 정치지도자들만 보아도 그들이 엘리트라 하여 완전하지 않음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할 때 엘리트 대의제를 고집할 까닭이 무엇인가.
"인민을 이루는 보통사람들 개개인이 삶에서 익힌 지성이 개별적으로는 하잘 것 없어 보여도, 그것이 쌓이고 모이면 엘리트의 전문적 판단을 뛰어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 콩도르세의 수식이 증명하고자 했던 바"처럼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인민의 정치가 가능할 수 있는 "보통사람의 목소리가 통치를 좌우하는 정부형태"(244)는 가능하다. 이를 위한 한 걸음을 바로 주변인과 이 책을 함께 읽는 것부터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