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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책 - 제3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12
강미 지음 / 푸른책들 / 2005년 12월
평점 :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한다. 그 슬로건은 자고이래 또 미래에도 통할 것이다. 난 이 책을 단숨에 다 읽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쉽게 빠져들게 하는 그 무언가가 이 작품 속에서 날 자꾸 끌었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대상인 이 작품에 성인인 내가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독자의 시선을 놓치기 싫어하는 작가가 상투적으로 꾸어오는 추리적 기법을 사용치 않았음에도 내가 이 작품의 내용에 하염없이 끌려가고 만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아무래도 잘 읽히는 문장과 독특한 구성 때문일 것이다. 이런 구성은 성인 소설을 망라해도 아마 처음일 것이다. 아울러 세련된 문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장만으로 봐선 꼭 청소년용이라고만 단정하기 어렵다. 어쩜 우리가 자주 접해본 유명 작가의 성장소설에 가름하는 게 분명하다.
흔히 소설의 요체는 훌륭한 문장과 좋은 구성이라고 한다. 그것은 이 작품이 성공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습작을 하려는 문청들에게 또는 문장 때문에 한번쯤 고민해본 적이 있는 독자에게 이 작품은 문장 교본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
놀랄만한 사건의 연속, 기발한 내용의 잦은 출현만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지루할 지 모르겠다. 꽃이 피고 진 후 열매를 맺듯, 이 작품은 꽃을 피우는 과정에도 실한 열매를 맺는 과정에도 얼마만큼의 인내를 부탁한다. 그러므로 재삼 타격전만 즐기는 독자라면 이 작품을 통해 투수전의 묘미도 누려볼만하다. 작은 씨앗 속에 어마어마한 세상이 있듯, 이 작품은 씨방 속의 씨처럼 서서히 발아하여 마침내 크고 위대한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난 그것을 두 번째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부모가 읽은 후 자녀에게, 또는 그 순서를 바꾸어도 좋을 그야말로 장서로 오랫동안 서재에 머무를 작품 중에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