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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바이러스 - 우리는 왜 적대적 인간이 되는가, 카를 융이 묻고 43명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저널리스트가 답하다
코니 츠웨이그.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 지음, 김현철 옮김 / 용감한까치 / 2025년 10월
평점 :
<그림자 바이러스> | 코니 츠웨이그, 제러마이아 에이브럼스 지음 | 용감한 까치 출판사 @brave_kkachi
☕️
《그림자 바이러스》는
단순히 “내 안의 어두운 마음을 인정하라”는 식의
익숙한 심리학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은 카를 융의 그림자 개념을 바탕으로,
우리가 왜 점점 더 적대적이 되어 가는지,
왜 어떤 사람이나 집단을 보면 유난히 격렬하게 미워하게 되는지,
그 낯설고도 불편한 메커니즘을
아주 집요하게 파고든다.
국내판은 융의 문제의식 위에
43명의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저널리스트의 글을 엮어,
개인의 무의식이 집단의 적대와 정치적 폭력으로까지 번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책이 ‘그림자’를
그저 제거해야 할 악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융은 그림자를
아직 인식하지 못한 욕망,
억압된 인격의 일부이자
의식의 관점에서만 부정적으로 보이는 영역으로 설명한다.
다시 말해,
내가 부끄러워서 밀어 넣고,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잘라낸 조각들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형태를 바꿔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왜 분노와 수치, 죄책감, 공격성을 부정할수록
오히려 더 그것에 끌려가게 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특히 책에서 말하는 ‘가방’의 비유가 오래 남았다.
사람은 아주 어릴 때부터
사랑받기 위해
양육자가 싫어할 본능과 감정을 안으로 밀어 넣고,
그렇게 봉인된 것들이
훗날 우울, 번아웃, 히스테리,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적 동요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더 견디기 어려워지면
그 감정은 ‘투사’가 된다.
내 안의 그림자를 타인에게 던져놓고,
상대의 결함인 것처럼 미워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어떤 면이
이상할 만큼 나를 과격하게 흔든다면,
어쩌면 나는 그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비친 내 그림자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은
관계 심리의 책이면서 동시에
자기 인식의 책이 된다.
더 좋았던 것은
이 논의가 개인의 내면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은 개인의 그림자가
집단의 그림자로 번지고,
그것이 다시 차별, 희생양 만들기,
‘우리와 그들’의 구도,
심지어 국가적 적대와 폭력으로까지 증폭될 수 있다고 짚는다.
그래서 이 책은
한 사람의 상처를 읽는 심리학이면서도,
동시에 우리 시대의 혐오와 분열을 읽는 사회심리학처럼 느껴진다.
내 안의 어둠을 보지 못한 대가가
결국 타인을 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통찰은
생각보다 더 무겁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이 책의 장점은 분명하다.
융 심리학을 바탕에 두고 있지만
단지 추상적인 개념 정리에 머물지 않고,
양육, 감정 억압, 투사, 악, 정치, 치료, 꿈, 예술까지
주제를 넓게 엮어
그림자라는 하나의 개념을 삶 전체의 문제로 확장해 보여준다.
게다가 여러 필자의 시선이 모여 있어
한 사람의 주장으로 닫히지 않고,
독자가 자기 자리에서 다양한 층위로 사유하게 만든다.
무겁지만 공허하지 않고,
불편하지만 실제적이다.
무엇보다
내 안의 어둠을 몰아내라고 말하는 대신
그것을 인식하고 통과해야
비로소 더 온전한 자기에게 닿을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라는 점이 좋았다.
결국 나는 이 책을
‘어둠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내가 왜 어떤 순간 그렇게까지 흔들렸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들추어내는 책으로 읽었다.
빛만 붙잡고 살고 싶었던 사람에게,
어쩌면 정말 필요한 것은
빛을 더 밝히는 일이 아니라
내 안의 그림자를 끝내 외면하지 않는 용기일지도 모르겠다.
이에 더하여,
벽돌책이라고 할만한 두께의 책이지만, 한번 손에 들리면
술술 읽어나갈 만큼의 흡입력 있는 책이며
처음 알게 된 “용감한 까치”라는 출판사에서 칼융에 대해,
또 내놓는 콘텐츠에 대하여 얼마나 진심 어린 시선이신지를
잘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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