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승주연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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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3부작,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 머묾 출판사 @meomum_books

☕️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게만 시작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에
가장 불온한 그림자를 함께 데리고 오는지도 모른다.

머묾 출판사에서 나온 사랑 3부작 중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읽으며
나는 오랜만에
정말 매운맛 막장드라마 같은 고전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사람의 감정을 뒤흔들고,
이렇게까지 관계를 잔인하게 비틀어 놓을 수 있다니.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극적이라는 말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묘한 순도와 슬픔이 이 작품 안에는 있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투르게네프 자신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깊게 다가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떠올렸다.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때
가장 쉬운 문장으로도
가장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꾸며낸 문장보다
살아낸 문장이 더 멀리 간다는 것을,
이런 작품들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증명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덮고 난 뒤에는
나 역시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서
내 글 속에 더 많은 ‘나의 이야기’를 녹이고 싶다는 마음이 진하게 남았다.
숨기지 않고.
피하지 않고.
내가 지나온 감정과 상처와 부끄러움까지도
언젠가는 문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는 내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했다.
어릴 적에는
이런 고전을 붙들고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빠져들었다.
그저 재밌어서,
그저 다음 장이 궁금해서,
인물들의 사랑과 배신과 욕망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읽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의 나는
그때처럼 무조건적으로 책 속으로 뛰어들지 못했다.
이 인물의 감정을 계산하고,
이 장면의 의도를 판단하고,
관계를 해석하면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물론 그것도 나름의 성장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은 아쉬웠다.
그 시절의 나는
조금 더 순수하게 이야기의 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갈 줄 알았으니까.

그래서 《첫사랑》은
단지 한 편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고,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쓰려 하는지를
돌아보게 만든 작품이었다.
첫사랑은 끝나도,
첫사랑을 읽는 마음은
나이를 먹으며 다른 얼굴이 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그 변해버린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계속 고전을 읽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사랑의 순진함보다
사랑의 잔혹함을 더 오래 보여주지만,
바로 그래서 더 진실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진실 앞에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결국 오래 남는 이야기는
가장 멀리서 가져온 허구가 아니라,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
자기 자신의 고백일지도 모른다고.

——

🌌 @woojoos_story 모집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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